[천안함 침몰] ‘쿵∼꽝’ 두차례 굉음후 함체 기울어… 생존 장병들이 전한 사고 순간 ‘오후 9시22분’

입력 2010-04-07 21:46


해군 천안함은 지난달 26일 침몰 전에는 내부에 특별한 이상징후가 없었으며, 오후 9시22분에 갑자기 함미 부근에서 ‘쿵∼꽝’하는 두 차례의 굉음과 함께 함체가 90도로 기운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뒤 함장은 2함대와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뭐에 맞은 것 같다. 함미가 안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천안함 생존자들과 민군합동 침몰사고 조사단은 7일 국군수도병원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당시는 비상이 아닌 평시 상황이었으며, 굉음은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두 차례 났다”고 밝혔다. 천안함 병기장인 오성탁 상사는 “‘꽝’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에 떠올랐고 정전이 됐으며 배가 90도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오 상사는 내부 폭발 가능성에 대해 “내가 탄약 책임자인데 화약 냄새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전탐장인 김수길 상사는 “자지 않고 있었는데, 처음 ‘쿵’ 하는 소리가 나 어디에 부딪힌 줄 알고 바로 전탐실로 향했고, 이후 ‘꽝’ 하는 소리는 약간의 폭음과 전등이 떨어지는 소리가 함께 들렸다”고 설명했다. 조타장 김병남 상사는 “배가 암초에 부딪히면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모래톱에 걸리면 출렁출렁거린다”며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외부 충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에 물이 샜을 가능성에 대해 이채권 대위는 “사고 이전 물이 새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오성탁 상사는 승조원 5명이 후타실에서 물을 빼고 있었을 것이란 항간의 의혹에 대해 “운동기구가 후타실에 있어 그 시간대에 5명 정도는 늘 머문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은 갑판에서 기름 냄새가 약하게 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합조단이 추가로 발견한 열상감시장비(TOD) 촬영화면에 따르면 함수와 함미는 사고 뒤 곧바로 분리됐으며, 함미는 사고후 3분여 만에 물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합조단은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화면에서 천안함이 사라진 시각은 9시21분57초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백령도 지진파 관측소에서 지진파를 감지한 시각도 1초 뒤인 9시21분58초여서 사고 시각이 9시22분으로 최종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합조단은 당시 천안함 기동 상황에 “백령도 남방 2.5㎞ 떨어진 곳에서 북서방향으로 6.3노트(시속 11.7㎞)로 정상 근무 중이었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사고 희생자들의 국가유공자 예우 문제에 대해 “보훈체계를 전면 개편해 순직병사에 대한 보상금을 현행 대비 3배 인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