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애끓는 母情의 눈물… “우리 아들 대천함 타기로 돼 있었는데”
입력 2010-04-07 00:08
“우리 애는 천안함을 타러 온 게 아니라 대천함을 타러 왔어요. 지난 2월 7일 경남 진해 해군부대에서 면회를 했는데 평택에 가서 대천함을 탄다고 했어요. 그런데 대천함이 출동 나가고 없어서 천안함을 탔대요. 군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알고 싶어요. 대천함을 탔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나 싶어 억울합니다.”
천안함 침몰로 실종된 서대호 하사의 어머니 안민자(52)씨는 천안함 사고 소식을 듣고 아들의 부대 주소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생존자들과의 만남을 하루 앞둔 6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체육관에 모인 어머니 20여명은 실종된 아들에 대한 애타는 심정을 쏟아냈고, 일부 어머니들은 해군의 조치를 비판했다. 이들은 생존자들에 대해서는 “시기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돌아온 것에 감사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정범구 상병의 어머니 신복섭(49)씨는 “군대에 가기 싫어하던 아들을 ‘국방의 의무를 다하라’며 억지로 입대시켰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군대에 가기 싫어해 일부러 살을 찌워 체중이 105㎏이던 아들은 훈련소 비만부대가 꽉 차 해군으로 배치됐다. 그러던 아들은 “바다를 보며 항해하는 게 멋지다”며 직업군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24개월만 무사히 보내고 돌아오라고 매일 기도했다. 그런데 그 캄캄한 천안함 속에서 살려달라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을까…”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안동엽 상병의 어머니 김영란씨는 집으로 걸려 온 아들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서러워했다. 김씨는 “3월 19일 전화가 왔는데 온 가족이 다 돌려받는 와중에 나는 아프다고 그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눈물지었다. 김씨는 “이번달 휴가를 나온다고 했는데… 빨리 그곳에서 나올 수 있게 (인양을)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규 하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천안함으로 배치된 뒤 1년 가까이 휴가를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적성이 맞는 줄 알고 있었는데 배를 타 보니 이런데서 일하는구나 싶었다. 왜 가족들을 초대하지 않는지 주임원사에게 물어볼 정도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상준 하사의 어머니 김미영씨는 “군복은 멋졌지만 배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뼈를 깎듯 (마음이) 아팠다”고 돌이켰다. 김씨는 “대통령, 국방장관은 뭐하는 건가. 함미가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어선이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해군이 뭐하는 건가 싶었다”고 꼬집었다.
손수민 하사의 어머니 전미경씨는 “부모들이 수색을 중단하고 인양을 선택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느냐”며 “구조 장비가 열악하고 하루에 몇 번 구조하러 들어가지도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슬픔에 빠진 어머니들에게 평택 도곡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보낸 위로 편지 50여통이 도착했다. 편지들이 담긴 박스에는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한 어머니가 편지 하나를 골라 겉봉을 뜯었다. “뜬눈으로 밤을 샐 거라고 알고 있어요.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전 국민이 응원합니다.” 편지를 돌려 읽으며 어머니들은 또 한번 가슴을 치면서 울음을 삼켰다. 어머니들은 “더 이상의 희생만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택=이경원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