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질적 실업률 지표 매달 공개한다더니… ‘취업애로계층’ 급증에 발표 미룬채 속앓이

입력 2010-04-06 18:52


지난달 19일 저녁 9시 대전 둔산동 통계청사 부근 한 식당. 기획재정부 출입 기자 40여명과 재정부·통계청 관료들이 한 상에 둘러앉았다. 통계 현안에 대한 강의를 들은 이후 가진 저녁자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자들의 질문이 한 주제로 모아졌다. “취업애로계층, 왜 공개 못하고 있죠?” “전달(1월)보다 늘었으니 발표 못하는 거 아닌가요?” 여유 있는 웃음만 짓던 재정부 관료가 답했다. “전달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재정부 설명과 달리 본보 확인 결과 실제 취업애로계층은 올 들어 급증세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통계적 의미”를 비공개 사유로 강조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예상을 뒤엎은 급증세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었다.

◇재정부식 취업애로계층 셈법=재정부가 취업애로계층 개념을 만든 데는 정책적 고려는 물론 시중의 억측을 잠재워 보자는 정무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우선 올해 ‘고용있는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용정책의 대상을 명확히 가려낼 필요가 있었다. 실업률 등 고용통계가 고용시장 체감과 거리가 먼 것도 이유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6일 “사실상 실업인구 관련 보도 수치가 500만까지 치솟으면서 각종 추측을 잠재울 만한 객관적인 통계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재정부가 만든 취업애로계층은 기존 통계청의 조사항목과 차이가 있다. 실업통계에서 빠지는 취업준비생과 ‘쉬었음’ 인구 등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을 원하거나 일할 능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을 따로 추려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통계청이 실시하는 고용조사에서 지난 4주간 직장(일)을 구해보지 않았던 사람(비경제활동인구)을 고른 뒤 이들 가운데 ‘지난주에 직장(일)을 원하였습니까’와 ‘지난주에 직장(일)이 있었다면 일할 수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취업애로계층이 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취업은 돼 있지만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로 추가취업을 원하는 불완전취업자도 취업애로계층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 ‘공개 안 하나 못하나’=재정부가 만든 취업애로계층은 지난해 이후 추이만 봐도 실업률보다 고용시장의 현실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직난이 극심해졌던 금융 위기 당시에도 실업률은 3%대에 머무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실업률보다 고용여건을 파악하는 데 더 낫다는 것이다.

재정부도 이에 동의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취업애로계층의 경우 취업의사와 능력을 기준으로 고용통계를 다시 분류한 것이라 기존 비경제활동인구에 묻혀 있던 정책대상자를 명확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쉬었음’ 인구는 통계청 집계상 147만5000명이지만 취업의사와 능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재정부 방식을 따르면 18만명으로 나온다. 외견상 ‘쉬었음’ 인구 가운데 취업의사가 있는 사람이 구분되는 셈이다.

때문에 정부는 올 들어 취업애로계층이 급증한 배경에도 그동안 취업의지를 상실했던 비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가 취업의사와 능력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용정책 수립에 취업애로계층 수치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