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NPR 발표 “핵 없는 세상 위해” 정책 대폭 수술… “비핵국 생화학 공격때도 핵보복 없다”

입력 2010-04-06 18:5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획기적으로 미국의 핵 정책을 바꾼 것은 지난해 4월 선언한 그의 ‘핵무기 없는 세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과감한 핵 정책 수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리 모두 핵무기가 지금보다 덜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신(新)NPR 발표에 이어 8일 체코 프라하에서의 미·러 정상 간 핵무기 감축 협정 서명, 오는 12∼13일 47개국 정상의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를 거치면 전 세계의 핵무기 감축과 핵물질 이전 및 확산 방지 정책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과 의미=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핵무기 비보유국의 생화학이나 사이버 공격에도 핵무기로 보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처음 선언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생화학 등 대규모 공격에 대해선 제한적인 핵무기 공격을 인정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보유국의 공격이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또는 위반 국가의 공격을 제외하고는 이 방침을 폐기한 것이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래식 무기 공격이 미국을 황폐화시킬 정도로 치명적일 경우 보복 수단으로서 핵사용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해 다소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또 핵무기 보유의 근본 목적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 국가에 대한 핵 공격 억지에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핵무기 목적을 이전보다 좁게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핵 감축 옹호자들의 주장처럼 이것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핵무기 목적, 즉 사용범위에 대해선 여지를 둔 셈이다.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이는 NPR을 주도적으로 작성해온 국방부가 가장 반대하던 사항 중 하나다. 앞으로 세부적인 핵 정책 입안 과정에서 군의 반발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란=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을 NPT 탈퇴 또는 위반 국가로 언급했다. 이런 국가들이 공격했을 땐 핵 보복을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핵 억지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고,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기 전까지 단순히 핵 능력이 있는 국가로 불렸던 적이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평화적 목적인지, 핵무기 제조용인지를 구별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에 대한 북한의 핵무기 기술 이전에 대해 “미국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고 경고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