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무기로 오인, 기자·구조車에 탕… 탕… 이라크 미군 오폭 동영상 공개
입력 2010-04-06 19:04
인터넷에 공개된 동영상으로 인해 미국 펜타곤(국방부)이 뒤집어졌다.
인터넷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org)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미군 헬기가 민간인을 오폭하는 17분47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2007년 7월 12일 바그다드 동부 신바그다드 지역의 작전에 참여한 미군 아파치헬기가 촬영한 영상이다. 취재 중이던 로이터통신 사진기자를 공격하고, 어린이 2명에게도 부상을 입힌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 내용=당시 바그다드에선 교전이 치열해 미군 사망자도 가장 많을 때였다. 아파치헬기는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메고 있는 기자와 그 일행을 보고 “무장세력을 찾았다”며 “발포를 허가해 달라”고 상부에 요청했다. 허락을 받은 헬기는 기자와 주변 안내인들을 세 차례 사격했다.
사격 후 헬기는 지상병력에 “현장에 가서 무기를 확인하고 확보하라”고 전달했다. 지상군이 투입되기 전 한 민간인 승합차가 먼저 현장에 접근했다. 부상자를 싣기 위해서였다. 헬기는 이 승합차가 무기 회수를 위해 달려온 무장세력인 것으로 착각하고 다시 상부의 허가를 받아 공격했다.
이후 탱크와 장갑차 등이 현장에 투입됐고, 승합차 안에선 2명의 어린이가 다친 채 발견됐다. 헬기에 타고 있던 병사가 착잡한 목소리로 “전쟁터에 어린이를 데려온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내용도 공개됐다.
◇과잉 대응했나=당시 브렌트 커밍스 미군 소령은 “이번 공격은 미군을 향한 무장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은 없었고, 어린이 2명이 부상한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었다. 미군은 그 뒤 조사를 통해 헬기 조종사가 취재용 카메라를 AK소총과 로켓발사기로 착각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 제이크 핸즐릭 해군대령은 “영상이 가짜라고 볼 근거는 없다”면서도 공식 코멘트는 거부했다. 펜타곤은 몇 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현장에서 수류탄이 발견됐고, 로이터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며, 무장세력이 홍보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당시 취재진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거리를 걷는 모습이었고, 헬기가 머리 위에 떠 있는데도 신경 쓰지 않았다”며 미군의 과잉대응을 지적했다.
당시 사망한 로이터 기자의 동생 나빌 누르 엘딘은 “미군의 공격은 범죄였다”며 “국제단체와 함께 작전 책임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분노했다. 위키리크스는 미군 내 익명의 내부 고발자들로부터 이 영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