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현장을 가다-⑩ 한국전력기술(KOPEC)] UAE 원전 설계 주도… 매출의 10% 기술개발 투자
입력 2010-04-06 21:55
지난해 12월 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들려온 낭보로 우리나라는 온통 들떴다. 한국 컨소시엄이 400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한국형 원전’을 최초로 수출하는 쾌거이기도 했다. 여기엔 한국전력기술(KOPEC)이 보유한 원전 설계 기술력이 큰 기여를 했다.
KOPEC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 설계 등 전력산업 전반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평가된다. 특히 원전 종합설계와 원자로 계통설계 등 양대 핵심 부문을 모두 설계하는 세계 유일의 회사다.
안승규 사장은 “UAE 원전사업 입찰 과정에서 발주자 측이 우리 기술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지난 30여년간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설명해 이해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전 설계기술 주도=KOPEC은 1975년 국가 발전소 설계기술 자립을 위해 설립됐다. 이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짧은 시간에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 설계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그동안 부산 고리, 전남 영광, 경북 울진 등 원전 20기를 설계했다. 이들 발전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동률과 운영 효율성을 기록하고 있다.
또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인 신고리 3, 4호기와 신울진 1, 2호기에는 ‘APR1400’이라는 차세대 원전모델을 적용했다. 이는 바로 UAE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 모델로, 다른 국가들도 관심을 가지면서 추가 수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축적된 경험과 고급 전문 인력을 통해 해외사업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5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원전 건설 재개를 위한 ‘NuStart 프로젝트’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또 2008년에는 약 300억원 규모의 AP1000 패키지형 원자로 설계기술용역 계약을 체결,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오히려 설계기술을 역수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화력발전 분야 역시 풍부한 설계 경험과 독보적 기술로 국내 및 해외 전력산업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동안 충남 보령, 태안, 당진 화력발전소 등 총 40여기를 설계했다.
◇중단 없는 혁신경영=KOPEC의 지난해 경영내용을 보면 매출 4423억원, 영업이익 967억원, 당기순이익 826억원. 사상 최고 실적이다. 특히 상장 이후 올해 첫 주총에서 주주들에게는 주당 1081원씩 현금배당을 실시키로 한 반면 상임이사 4명과 감사 보수한도는 각각 15%, 28% 삭감해 눈길을 끌었다.
KOPEC은 인력이 중심이 되는 종합엔지니어링 회사의 특성상 2005년부터 ‘기술 고도화 종합계획’을 세워 매출액의 10% 이상을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또 전문기술 역량이 뛰어난 실무자는 스페셜리스트로 양성하고 관리역량과 리더십이 뛰어난 실무자는 관리자로 양성하는 ‘듀얼 리더(Dual Leader)’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투명한 인사원칙을 실천하고 우수인재 발굴을 위해 처·실장 및 팀장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직위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안승규 사장은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는 토털 솔루션 사업 강화, 해외진출 확대,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명품기술 개발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도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