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4조3000억 사상 최대
입력 2010-04-06 22:05
삼성전자는 6일 국제회계 기준(IFRS)을 첫 적용한 올 1분기 매출이 국내외 사업장을 합친 연결 기준으로 34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분기별 최고 실적이던 지난해 4분기보다 13.4%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실속은 더 커졌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3분기의 4조2300억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7.3배나 뛰었고 전분기와 비교해도 25% 늘었다. 일반적으로 IFRS를 반영할 경우 실적이 다소 하락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보통 전자업계에서 1분기는 힘든 시기다. 주력인 LCD와 휴대전화, 디지털 미디어 등이 모두 계절적 비수기이기 때문. 그럼에도 1분기에 최고 이익을 경신한 것은 지난해 글로벌 위기 중 경쟁자들이 위축된 사이에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 실적이 월등한 가운데 다른 부문들도 고른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한다.
최대 실적의 1등 공신은 반도체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에서만 2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만에 지난 한 해 동안 거둔 영업이익 2조4200억원에 근접하는 성과를 올린 것.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 제품인 1기가비트(Gb) DDR3 D램 현물 가격은 지난해 5월 1.4달러 수준에서 최근 들어 3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향후 시장 상황이 좋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신제품 운영체제(OS) ‘윈도7’을 내놨고 올 초 인텔이 새로운 CPU를 선보이면서 PC 교체 수요가 늘어 DDR3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삼성전자로선 최대 호기를 맞은 셈이다.
시장조사 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27% 성장한 2530억 달러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전인 2007년 2340억 달러보다 크다. 특히 삼성전자가 1위인 D램 시장의 성장 폭은 7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에다 애플 아이패드에 삼성전자 낸드플래시가 들어가는 것도 앞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LCD 부문이 6000억원가량, 휴대전화가 포함된 정보통신 부문이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TV 등 가전이 포함된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선 4000억원가량 이익을 본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부터 최고 실적을 경신하면서 올 한 해 전체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적 경제불황 속에서도 매출 136조원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마저 돌파해 매출, 영업이익 모두 최고치 경신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선 연간 매출 150조원에 16조원대 영업이익을 전망한다. 반도체 호경기에다 6월부터 시작되는 남아공 월드컵으로 3차원(D) TV 판매가 붐을 일으킬 경우 LCD와 TV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LCD 가격 변동과 초반 주도권을 뺏긴 스마트폰 분야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 등이 변수로 꼽힌다. 또한 반도체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글로벌 경기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도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8년에도 시작은 좋았지만 연말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섣부른 낙관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