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울증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입력 2010-04-06 17:49

우울증이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에 파고 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환자는 50만8000명으로 4년 새 16.8%나 늘었다. 40세 이상 환자가 전체의 55.3%를 차지해 중·고령층의 우울증 피해가 특히 우려된다.

우울증 환자 급증은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줄면서 환자들이 쉽게 병원을 찾게 된 측면이 우선 거론된다. 더 큰 요인으로는 산업화·도시화라는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의 폭증이 꼽힌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 심인성 적응 장애, 심적 외상후(外傷後) 스트레스 장애 등에 따른 자살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공정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 대기업 부사장의 자살, 유명 대학 물리학 교수의 자살, 모 대형 병원 부원장의 자살 등의 배경은 우울증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1만285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35.1명꼴이다. 이렇듯 한국은 몇 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낯부끄러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 급증 추세에 대해 범국가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인류의 사망 원인 가운데 우울증을 1순위로 꼽는다. 우울증이 암보다 더 강력하게 인류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질환이라는 얘기다. 흔히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고뿔’과 같은 것이라고 예단하고 가볍게 본다. 그런데 우울증은 고뿔처럼 한두 주일 안에 쉽게 낫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 일시적으로 강력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불면, 신체적 활동 위축 등을 통해 장기화되면 자살을 기도할 정도의 중증으로 변질될 수 있다. 개인의 심성을 탓하기 전에 우울증 예방 내지 초기 대처가 중요한 이유다.

걷기 조깅 수영 등 철저한 개인 건강관리도 필요하다. 그 이상으로 후기 산업사회에 대한 대응 즉 소통이 넘치는 가족관계 형성, 교회나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를 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정책개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