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와 軍, 시각차부터 해소해야

입력 2010-04-06 17:49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VIP 메모’ 논란이 불거졌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지난 2일 국회에서 긴급현안질의에 답변하던 중 청와대로부터 건네받은 메모가 언론에 포착된 것이다. 메모 요지는 ‘VIP께서 (침몰 원인에 대한 장관) 답변이 어뢰 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감을 느꼈으니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다고 말씀해 달라’는 것이다. 김 장관은 메모를 받은 뒤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지시가 아니라 청와대 국방비서관 개인 의견이며, 국방비서관은 대통령을 의미하는 ‘VIP’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방비서관 전화를 받은 국방부 간부가 청와대에서 온 전화인 만큼 대통령이라고 추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국방부 간부가 자의적으로 ‘VIP’를 넣었다는 얘기인데, 과연 가능한 일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국방비서관이 국방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통상업무라고 할 수 있지만, 청와대가 국회에서의 장관 발언을 통제하는 듯한 인상을 준 점도 개운치 않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와 국방장관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메모 공개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반면 국방장관은 북측 어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이 확인됐다. 어느 쪽 말이 옳은지를 차치하고,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할 청와대와 군이 이처럼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참사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별별 억측으로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신뢰도 잃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이나 경제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북한 연관설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거나, 군은 참사의 책임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 북한 연관설을 제기한다는 등 괜한 오해를 받고 있지 않은가.

청와대와 군은 시각차부터 해소해야 한다. 진실을 호도하는 데 입을 맞추라는 게 아니다. 분명한 근거를 토대로 한 상황 판단을 함께 하면서 국민들에게 설명할 때도 한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의혹이 더이상 난무하는 것을 막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