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현혹시키는 대기업 ‘국산’고추장
입력 2010-04-06 17:48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믿음이다. 먹는 것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아 불안하지만 그래도 대기업 제품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믿음이 깨질 때 소비자가 느끼는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유명 대기업이 국산인 것처럼 파는 고추장이 중국산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의 ‘청정원 순창 우리쌀 찰고추장’과 CJ제일제당의 ‘해찬들 태양초 골드 고추장’에는 핵심 재료인 고춧가루가 각각 11.3%씩 들어있는데 절반 정도인 5.3%가 중국산이라는 것이다. 고춧가루 중에서도 태양초 성분은 중국산이 훨씬 많이 들어갔다. 고추장에는 흔히 ‘다대기’라고 부르는 고추양념도 13∼14% 투입되는데 이는 전부 중국산이다.
이들 제품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원산지 표시란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재료 출처가 명기돼 있다. 문제는 국산 고춧가루로 만든 것처럼 교묘하게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청정원 순창 우리쌀 찰고추장 해찬들 태양초 등 제품명에 들어가는 용어도 그러려니와 주재료는 수입산을 사용하면서 국내산 부재료를 부각시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이름은 전북 순창군 지명을 쓰면서 원료는 중국산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국산 재료를 100% 쓰는 순창 지역의 진짜 순창고추장이 이름만 순창뿐인 대기업 제품에 밀려 매장에 진열조차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고추장뿐만이 아니다. 일부 된장은 수입 콩을 사용하면서 ‘재래식 된장’임을 강조하고, 수입 밀가루를 100% 사용하는 칼국수 제품은 ‘국내 생산’이라고 힘주어 표기한다. 재래식 방법을 사용했고 국내에서 만들었으니 허위 표시는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고 소비자도 넘어갔으면 속임수를 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는 중국산 재료가 나쁜 것도 아니고 원산지 표시를 위반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국산 재료로 착각해 구매한 것은 전혀 문제가 없거나 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먹고살기 참 힘든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