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인 전문가 4년여 대장정 독립운동史 집대성…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시리즈 60권 완간
입력 2010-04-06 18:18
한국독립운동의 전 과정을 역사학자들이 총정리한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시리즈 60권(위 사진)이 최근 완간됐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관련 연구 성과들을 국가 차원에서 처음 집대성한 학술연구서로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의 기념비로 평가된다.
◇독립운동사 학술적으로 첫 집대성=국가 차원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종합적으로 조명한 작업은 이전에도 있었다. 1960∼70년대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한국독립운동사’(전 5권)와 원호처(현 국가보훈처) 산하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가 펴낸 ‘독립운동사’(전 10권)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독립운동 자료를 수집·정리하고, 독립운동가들의 증언 등을 수록한 자료집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는 전문 연구자들이 독립운동사를 학술적으로 집대성해 낸 첫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리즈 기획 및 집필에는 독립운동을 전공한 대표적인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과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편찬위원장을 맡아 편찬 과정을 총괄했고, 김기승(순천항대)·박찬승(한양대)·반병률(한국외국어대) 교수 등 14명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다.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 등 3명의 원로 학자들은 자문위원을 맡았다. 집필자는 편찬위원들을 포함해 87명에 달하고 기획에서 완간까지 4년 6개월이 걸렸다.
◇개항 시기부터 해방까지 독립운동 전 과정 포괄=시리즈는 일제 식민지 시기 독립운동 뿐 아니라 개항 이후부터 해방된 1945년 말까지 일제 식민지 지배와 그에 맞선 항일투쟁의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시리즈 첫 책은 2007년 12월 선보인 조동걸 명예교수의 ‘한국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으로 한국독립운동사의 총론에 해당된다.
마지막 60권은 이만열 위원장이 집필한 ‘한국독립운동의 연표’로 고종이 즉위한 1863년부터 1945년 말까지 있었던 주요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시리즈는 일제의 통감부 설치와 한국 식민화 과정, 1910년 무단통치, 1920∼30년대 이후 민족분열통치, 중일전쟁 이후 전시체제 등 일제의 식민지 지배사를 시기별로 나눠 살펴본다. 또 우리의 독립운동을 시기별, 주체별, 주제별로 세분화해 상세하게 서술했다.
1895년부터 들불처럼 번진 의병운동은 한말 전기, 중기, 후기 3권으로 조명했다. 독립운동의 중요 분기점이었던 3·1운동도 ‘3·1운동의 배경과 독립선언’(이윤상), ‘국내 3·1운동Ⅰ-중부·북부’(김정인·이정은), ‘국내 3·1운동Ⅱ-남부’(김진호 외 2명), ‘국외 3·1운동’(김병기·반병률), ‘3·1운동 직후 무장투쟁과 외교활동’(홍선표·황민호) 등 5권에 걸쳐 상세하게 다뤘다.
임시정부 편도 상해시기, 장정시기, 중경시기 등 3권에 걸쳐 꼼꼼하게 조명했다. 그 밖에 농민 노동 청년 여성 언론 국학 교육 경제 문화예술 종교 학생 등 분야별로 독립운동 성과들을 조명했다. 국내외 항일 항일유적지들도 사진자료와 함께 2권으로 정리했다.
◇사회주의운동도 독립운동사에 반영=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운동을 독립운동사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점이 눈에 띈다. 1970년대 이후 새롭게 공개된 러시아와 중국 등의 자료와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연구 성과 등을 반영해 독립운동사를 재정립한 것이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은 ‘초기 사회주의 운동’(임경석), ‘조선공산당 성립과 활동’(이준식),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최규진) 등에서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1920∼30년대 만주와 러시아 지역에서 전개된 항일무장투쟁 편에서도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활동 등을 포함해 사회주의자들의 항일투쟁을 기술하고 있다.
편찬위원회 간사인 김형목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리즈는 사회주의계열의 항일투쟁까지를 포함해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했다”며 “향후 독립운동사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시리즈를 각 권마다 2000부씩을 제작해 국공립도서관, 대학도서관, 국내외 관련 단체 및 연구기관 등에 배부했다. 또 오는 6월 시리즈 완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와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