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중씨 14년 만에 개인전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은 순수함과 당당함”

입력 2010-04-06 18:42


‘달항아리’ 작가 강익중(50)은 광화문 복원공사 가림막 설치작품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외벽에 한글이 새겨진 패널작품을 설치해 주목받았다.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업으로 ‘백남준을 잇는 세계적인 작가’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그가 7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14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는 우리네 삶’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은 달항아리 1392개를 바닥에 배열한 작품이 먼저 눈에 띈다. “저의 첫 번째 설치작업입니다. 달항아리 개수는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백자가 만들어진 조선의 개국연도 1392년에서 따온 것이죠. 달항아리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순수함과 당당함입니다.”

벽면에 걸린 ‘산’이라는 작품은 인왕산을 소재로 한 것으로 ‘바람과 땅, 그리고 우리 삶’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산을 그리고 싶어 10년을 연습했으나 마음에 드는 산이 그려지지 않아 고민하다 어느 날 마음을 비우니 드디어 자신이 찾던 산이 보였다고 한다. 자신이 행복을 느껴야 관람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작가 본연의 의무감이라고나 할까.

세계 곳곳을 다니며 포착한 이미지들을 수 백개의 작은 화면에 그린 ‘행복한 세계’는 그림을 통해 인종차별과 민족분쟁 등 서로의 벽을 허물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작가는 인생은 기차여행과 같다고 말한다. “같은 기차에 타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 모두가 인연입니다. 우리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제각각이지만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에 설치된 프린트물 ‘내가 아는 것’의 실물이 전시된다. ‘그림을 그릴 때 눈을 반쯤 감고 그려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 ‘햇볕에 눈이 부실 때는 찡그리지 말고 웃으면 된다’ 등 작가가 생활 속에서 깨달은 110가지 진리를 가로·세로 7.7㎝의 작은 패널 1200여개에 담은 작품으로, 문장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시간을 거쳐 완성된 입체, 설치, 회화 등 총 180여점이 소개되는 그의 작품소재는 달항아리, 산, 폭포, 들꽃 등 우리 주변의 자연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단청에서 힌트를 얻은 14가지 색깔의 크레파스를 이용해 ‘강익중체’로 적은 문장들은 소박하고 순수한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 잔잔한 미소와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02-2287-35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