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범호, 엇갈린 행보
입력 2010-04-06 21:53
야구는 매일이다시피 경기를 치른다. 투수를 제외한 주전 선수들은 부상 등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매 경기 선발 출장한다. 상대 팀에 따라, 감독의 전술에 따라 선수 기용이 바뀌는 경우가 가장 적은 종목 중 하나다. 경기 감각이 어느 종목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가끔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지난해까지 한화의 4·5번을 맡아 타선을 이끌다 나란히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김태균(지바 롯데)과 이범호(소프트뱅크)의 시즌 초반 행보가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도 출장 기회의 차이다.
김태균은 개막전부터 모든 게임에 4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6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수모도 겪었지만 지바 롯데의 니시무라 감독은 김태균을 선발 오더에서 빼지 않았다. 감독의 믿음이 확고하다는 점이 확인되자 김태균의 방망이는 위용을 되찾았다. 지난달 27일과 28일 니혼햄전에서 이틀 연속 9회에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하는 적시타를 쳐낸 김태균은 지난 2∼4일 오릭스전에서는 사흘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3연전 동안 8안타 2홈런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김태균은 팀이 치른 13게임에 모두 출전, 타율 0.292에 2홈런,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태균은 6일에는 3타수 무안타로 숨을 골랐다.
반면, 이범호는 7게임(선발 출전은 5경기)에 나왔지만 타수는 15타수 밖에 안된다. 타율은 0.200에 그치고 있고 타점 홈런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개막 3연전을 제외하곤 경기 출장 자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 후 첫 두 경기에서 안타를 쳐내지 못한 이범호는 3번째 경기에서 2안타를 쳐냈지만 다음 경기서부터는 선발 오더에서 빠졌다. 지난 2일 라쿠텐전에 모처럼 선발로 나가 안타를 쳐냈지만 다음날에는 타석에 한 번도 들어서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단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스포츠호치는 6일 인터넷판에서 ‘소프트뱅크 오 사다하루 구단 회장이 아키야마 감독과 주중 회담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전력보강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보도됐는데 만약 새로운 용병 영입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외국인 선수 엔트리 제한(4명) 때문에 이범호는 더욱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잔부상까지 겹치며 시즌 초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범호로선 가끔 주어지는 기회에서 선명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