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살인자’로 스크린 복귀 유오성, ‘백수 아빠’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다

입력 2010-04-06 18:10


따뜻하고 바르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과거 곽경택 감독과의 불화, 친구 폭행 시비 등으로 인해 가지게 됐던 거칠고 까다로운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인터뷰 10여분 만에 사라졌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반가운 살인자’로 6년여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유오성을 서울 청담동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영화에서는 소통을, 인생에서는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배우로서의 뚜렷한 신념과 가장으로서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묻어났다.

그가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자신의 생명 보험금을 타 딸의 유학 자금을 마련코자 연쇄 살인범을 찾아다니는 백수 아빠 영석 역이다. 영석은 2년 전 사업이 부도 나 도망을 다니게 되면서 가족에게는 무능력한 가장으로 외면당하지만, 딸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는 끔찍한 인물.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그가 오랜만의 스크린 귀환작에서 ‘백수 아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이 부족했던 가족이 결국 화해하게 되는 내용이 좋았어요. 영석과 딸도 화해를 하고, 갈등 관계에 있던 형사 정민(김동욱)과도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되죠. 코미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부정(父情)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영화라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어요.”

그는 “이미지라는 건 어차피 전작들에 의해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어떤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가에 대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의 관심사는 가족이다. 일이 잘 안 풀리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피부로 느끼게 됐다고.

“일이 예전보다 줄어들면서 가장으로서 미안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항상 가족들은 저를 훌륭한 남편, 멋진 아빠라고 생각해주니까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가족을 위해서라면 비굴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가족 안에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사회에서 발생하는 나쁜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가족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반가운 살인자’라는 제목 자체가 아이러니인 것처럼, 영화는 기존 유오성의 터프한 이미지를 뒤집는 방식으로 눈물과 웃음을 극대화한다. 강해 보이는 유오성이 능력 없는 가장으로 무시 받고, 딸에게 어설프게 다가갈 때 우리가 느끼는 페이소스는 커진다. 그는 이번에 연기 인생 최초로 여장도 시도한다. 선 굵은 외모의 그가 붉은 립스틱에 마스카라를 짙게 바른 채 경찰에게 진술하는 장면, 약을 바르며 ‘아, 아∼’하고 신음소리를 내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은 그야말로 ‘빵’ 터진다.

“제 얼굴에 여장이 어울리겠어요.(웃음) 제 이미지 문제보다 관객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김동욱 감독이 ‘형이 여장을 하면, 유오성의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관객은 더 즐거울 것’이라고 독려하더군요. 시사회 때 관객 반응을 보니 감독 말이 맞더라고요.”

그는 이번 영화가 그저 웃음만을 좇는 단선적 코미디가 아니라 드라마와 적절한 균형을 이뤘다는 데 강점이 있다며 영화 자랑을 했다.

“그저 경박하게 웃음만 노리는 영화가 아니에요. 우리 인생이 무조건 슬프거나, 즐겁기만 한 게 아니잖아요. 영화는 여러 가지 내용이 균형감 있게 잘 버무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영화는 그런 면에서 영화다운 질감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동안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특별히 잘난 것 없는 자신이 연기를 하며 살 수 있다는 것, 또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재기 넘치는 감독과 함께 일했다는 것, 무엇보다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로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였다.

“제가 소통하고 싶은 부분을 가지고 영화 작업을 한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죠. 좋은 친구와 동료, 선후배도 있고, 든든한 형님들도 있고, 그리고 아빠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매 순간 감사함을 느끼며 삽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