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구워먹는 호떡·뚜껑 분리 밥솥·손잡이 달린 밀폐용기… 제품 혁신 소비자의 힘!
입력 2010-04-05 18:58
발효시간 ‘0분’ 호떡, 뚜껑이 분리되는 밥솥, 손잡이 달린 유리 밀폐용기…. 소비자들의 ‘사소한’ 불만을 해결한 아이디어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제품 혁신의 힘은 소비자에게서 나왔다.
종합생활가전업체 쿠쿠홈시스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뚜껑이 분리되는 전기 압력밥솥을 출시했다. 뚜껑이 분리되는 밥솥 아이디어는 소비자 불만에서 비롯됐다. 이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밥솥 뚜껑을 따로 뗄 수 없어 씻기 힘들고 관리도 어렵다’는 글이 수차례 올라왔다.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뚜껑을 뗄 수 있는 밥솥을 만들어주면 안 되느냐’고 부탁하는 고객도 있었다.
회사는 이 같은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압력밥솥의 경우 뚜껑을 뗐다 붙였다 하면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밥맛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계에선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회사는 3년 넘는 연구 끝에 뚜껑 분리에 성공했다. 손잡이를 당기면 뚜껑이 본체에서 떨어지도록 한 것. 분리형 커버가 내장된 프리미엄 압력밥솥 ‘샤이닝 블랙’은 41만8000원의 고가 제품이지만 매달 2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다.
종합포장용기 제조업체 삼광유리의 ‘글라스락 핸디형’은 대용량 밀폐용기에 손잡이가 달려 있으면 좋겠다는 주부 모니터 요원들의 뜻을 적극 반영한 제품이다. 된장이나 고추장, 김치 등을 담아 무게가 많이 나가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뚜껑에 손잡이를 달았다. 보관이 용이하도록 평소에는 손잡이가 뚜껑 안으로 들어가 있도록 만들었다. 유리로 된 밀폐용기에 손잡이를 단 건 글라스락 제품이 최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이 제품은 1년간 매출이 200% 이상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삼광유리는 이번엔 해외 소비자 의견을 청취해 ‘글라스락 파스타’도 개발, 곧 국내에 출시한다. 파스타나 국수 같은 면 종류와 파, 시금치 등 긴 야채류를 보관할 수 있게끔 길고 납작하게 만든 제품이다. 삼광유리 관계자는 “해외 박람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국내시장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발효시간을 없앤 호떡 아이디어도 소비자에게서 나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바로 구워먹을 수 있는 ‘백설 우리밀 찹쌀 호떡믹스’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의 반죽 발효시간이 30분으로 너무 길다는 주부들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 출시 후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호떡믹스 매출액은 90억8000만원으로 2008∼200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치즈케이크 ‘치즈가 부드러운 시간’은 ‘트렌드 헌터’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이다. 국내외 식음료 업계 트렌드를 조사·수집하는 트렌드 헌터가 “기존 케이크는 너무 크고 가격도 부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업체 측은 이를 받아들여 크기는 5분의 1로 줄이고 가격은 4000원대로 내린 미니케이크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200만개가 넘게 팔리며 ‘최단기간 히트상품’에 올랐다. 파리바게뜨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트렌드 헌터와 월 1∼2회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 의견을 귀찮은 넋두리쯤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 고객의 의견은 기업에 있어 최고의 제품 개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