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MB “원인 규명, 속도보다 정확성이 중요”

입력 2010-04-05 21:49

청와대가 최근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과학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강조하고 있는 배경에는 외국 사례가 있다. 특히 2000년 8월 12일 노르웨이 북부 해안 바렌츠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자주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5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여러 선진국의 재난 사례를 볼 때 큰 사고의 원인 규명은 속도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승무원 118명이 승선했던 2만t급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뒤 수많은 ‘원인’이 난무했다. 한때 쿠르스크호가 러시아 핵추진 순양함 표트르대제호에서 발사한 신형 대잠 미사일에 맞았다는 추정도 나왔다. 두 차례의 수중 폭발과 군사적 작전 상황이 곁들여진 추정이었다. 미국과 영국의 신형 스텔스형 비밀 수중 물체와의 충돌설도 나왔다. 믿거나 말거나였다.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설도 나왔고, 자체 어뢰 오발설도 나오는 등 혼선은 계속됐다. 현재 사고 원인을 놓고 혼선이 계속되는 국내 상황과 비슷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1년11개월이 지난 2007년 7월 공식 확인됐다. 러시아 해군 사고조사위원회는 ‘쿠르스크호는 어뢰에 주입된 불량 원료가 문제를 일으켜 어뢰 2기가 연쇄 폭발하면서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 핵잠수함이 침몰했을 때 모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제로 인양해 보니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따라서 우리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전혀 새로운 원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정확한 사고 원인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며 “선체를 들어올려 전문가들이 조사하고, 파편을 찾는 지루한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 소식통은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생존자 58명에 대한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조사한 결과 4∼5명이 사고 당일(26일) 오후 9시15분에서 20분 사이에 통화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고 시각이 군이 발표한 9시22분보다 7분 앞선 9시15분이라는 일각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