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청와대-국방부, 침몰 원인 ‘北어뢰’ 시각차
입력 2010-04-05 22:15
靑, 확증도 없는데… VS 軍, 물증은 없지만…
청와대와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양측 모두 공식 입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 내부에서는 북한 공격 가능성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청와대 안에서는 국방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여러 선진국의 재난 사례를 볼 때도 큰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며 “섣부른 예단과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엄정한 사실과 확실한 증거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군 인사들이 어뢰설을 말하는 것은 내부 추정일 뿐”이라며 “정확한 사고원인은 천안함을 인양한 다음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두 가지(기뢰나 어뢰 가능성) 다 가능성이 있지만, 어뢰의 가능성이 더 실질적”이라고 밝혔다. 명백히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에 비중을 둔 답변이었다. 즉각 청와대는 김 장관에게 ‘VIP(이명박 대통령)가 김 장관의 답변이 어뢰 쪽으로 기우는 감을 느꼈다. 치우치지 않는 쪽으로 답변해 달라’는 메모를 넣어 발언 수위 조절을 요청했다. 청와대 김병기 국방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 내가 국방부에 연락한 내용이 전달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지시인 것처럼 잘못 메모가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적어도 북한 공격 가능성만 놓고 보면, 청와대가 강경한 국방부를 말리는 형국이다. 그럼 양측은 왜 이렇게 다른 시각을 보이는 걸까.
일단 청와대에는 국방부의 천안함 사고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있다. 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실종자들이 몰려있는 함미 부분부터 인양하라”며 “인양을 완벽하게 하고, 차질 없이 사태를 수습함으로써 군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뢰라면 파편이 나와야 한다”며 “국방부가 확신하지 못하는 추정(어뢰설)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전반을 관리하고,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등을 준비해야 하는 청와대는 섣부른 예단이 사고 수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북한을 ‘주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국방부는 다르다. 사고 초기 제기된 내부 폭발설이 사실상 소멸된 상황에서, 천안함이 일거에 두 동강 난 원인은 어뢰 또는 기뢰밖에 없다는 게 국방부의 지배적 시각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보복을 다짐한 북한 측 소행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명확한 개입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암초 등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군 수뇌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어 미리 외부의 적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