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는 차베스… 정부비판 인사 무차별 체포 野 성향 판사도 구속

입력 2010-04-05 21:32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국정 독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론을 차단하기 위해 비밀 정보기관을 동원해 유력 인사를 잇따라 구속하고 있다.

여성인 마리아 로데스 아피우니 판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야당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한 기업인을 석방시킨 판결을 내려 차베스 대통령에게서 미운털이 박혔다.

아피우니 판사는 최근 비밀 정보기관 요원들에게 체포돼 살인범이나 마약밀매사범이 가득 수용돼 있는 카라카스 인근 감옥으로 보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아피우니 판사는 수감자 20여명과 함께 한 방에 투옥됐고, 이들로부터 “산 채로 불에 태워 버리겠다” 등의 협박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을 기쁘게 하지 못한 대가”라고 한탄했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아피우니 판사가 해당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를 석방시켜 줬다고 발표했다. 아피우니 판사는 “내 계좌를 추적해 보면 거짓말임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오스왈도 아바레스 파즈 전 대선후보가 거짓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체포됐다. 한 방송 토크쇼에서 “베네수엘라가 마약 밀매자의 천국이 됐다”고 말한 게 빌미가 됐다. 며칠 뒤엔 베네수엘라에서 정부에 유일하게 비판적 논조를 유지해 온 TV방송 글로보비시온의 기예르모 술로아가 사장이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한 야당 의원은 논쟁 중에 경찰관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기도 했다.

NYT는 차베스 대통령이 전력 공급난과 물가 급등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반(反) 차베스’ 여론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보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9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입법부를 통제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