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백령도 앞바다, 유속 빠르고 뭐든 빨아들이는 ‘와류’ 악명

입력 2010-04-05 18:25

천안함이 침몰한 지 11일째를 맞은 5일 고 남기훈 상사를 제외한 더 이상의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어 가족들의 슬픔이 커져만 가고 있다. 해군은 수중 구조작업을 중단했지만 실종자를 찾기 위한 해상 및 해안가 수색은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백령도 앞바다는 조류가 거세고, 물살이 먼바다로 흘러나가는 특성이 있어 선체 밖으로 벗어난 실종자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해군은 남은 실종자 45명 가운데 31명은 함미 내부에, 14명은 갑판 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령도 주민과 이곳에 주둔 중인 해병대 6여단도 물에 빠진 실종자를 찾지 못한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다. 사고 해역 인근인 장촌포구에 사는 엘피스호 선장 장익희(46·남촌리)씨는 2001년 가을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장씨는 “백령도 앞바다 물살은 해안으로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위에 있는 물은 밑으로 빨려 들어간다”며 “이는 백령도 바다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장씨 아버지는 6.5t급 어선을 몰고나가 마을 친구와 함께 용트림바위 근처에서 멸치를 잡던 중이었다. 그곳은 수심 20m가 안되는 비교적 얕은 해역이었고, 해안과도 가까웠다. 장씨 아버지는 멸치가 담긴 그물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물에 빠졌다.

사고 직후 마을 사람은 물론 해병대 잠수부 요원들까지 동원돼 며칠간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다. 장씨 아버지가 몰던 배는 이때 폐기됐다.

장씨는 사고 후 몇 년 동안 배를 멀리했는데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배를 타게 됐다고 했다.

“천안함이 침몰되고,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 미역을 따다가 실종된 분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아버지도 그렇고 그곳에서 실종되면….” 장씨는 고개를 흔들 뿐 말을 잇지 못했다.

해병대 6여단도 천안함 침몰 해역 부근에서 병사를 잃었지만 6개월이 가까워지도록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부대 유격교관인 안영우 하사는 지난해 10월 훈련 도중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군은 즉각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거센 파도 등 기상 악화가 겹치면서 안 하사를 찾지 못했다. 안 하사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천하장사 출신 연예인 강호동씨와 팽팽한 씨름대결을 펼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주민들은 어민과 해병대원 실종사고가 발생한 뒤 한동안 용트림바위 주변으로 몰려가 중국 쪽 먼바다에서 떠내려온 부유물 사이에 실종자가 없는지 확인하곤 했지만 헛수고였다.

때문에 천안함 실종자가 침몰 당시 선체 외부에 있었다면 이미 중국 쪽 공해상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백령면 관계자는 “천안함 사고 해역은 수심이 40m 이상이고, 갯벌 중간에 갯수로가 많아 한번 빠지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위험하고 엉뚱한 바다”라고 말했다.

백령도=엄기영 정창교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