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 11일째… 실종자 가족들 표정

입력 2010-04-05 21:47

실낱희망 가슴에 품고 속속 ‘생업 현장’으로 복귀

천안함 침몰 11일째를 맞은 5일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는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해군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자 전원과 실종자 가족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군에 요청했다. 천안함에서 구조된 장병 58명 가운데 55명은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있다.

실가협은 실종자 가족의 안정을 위해 이같이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실가협 이정국(39) 대표는 “열흘이 넘도록 이곳에 머무르며 슬픔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 상황에 적응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생존자들에게 정보를 빼내려는 것이 아니다”며 “가족들은 냉정을 찾고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실가협은 “필요한 경우 가족대표단을 빼고서라도 직계가족과 생존자 모두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생존자들과의 만남을 강력히 요구했다. 실가협은 이어 “가족들은 형제나 자식들이 충분한 구조 도움은 받았는지, 시스템의 문제나 그 밖의 억울한 부분은 없었는지 알고 싶어한다”며 “구조작업 참여 인원이나 장비, 보고사항 등 일반적인 정보를 군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생존자들의 증언을 조만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생존자들은 자신들만 살아 돌아왔다는 자책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고, 일부 인원은 안정제를 투여하는 상태”라며 “생존자들의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실종자 가족들과의 만남은 물론 증언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실종자 가족 300여명이 모였던 제2함대사령부 실종자 가족 숙소에는 이날 150여명만이 남았다. 지방에 거주하는 일부 가족들은 가족대표만 숙소에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많은 이들은 슬픔을 딛고 생업 현장으로 돌아갔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면서도 냉정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실종자 최정환 중사의 형 충환씨는 숙소 분위기가 많이 안정됐다고 전했다. 최씨는 “사고 직후에는 직계가족이 아닌 분들도 많이 들어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는 “100%는 아니어도 전보다 다들 확실히 담담해졌다”며 “각자 자신들의 생활도 돌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나도 봄이 됐으니 씨를 뿌리고 밭을 일궈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실종자 이상민 병장의 매형 김종만(42)씨는 열흘간 실종자 가족 숙소에서 지내다 이날 아침 직장으로 복귀했다. 김씨는 “사태도 진정돼 가고, 회사에 낼 수 있는 휴가도 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4일 밤 문을 닫아둔 가게 문을 다시 열려고 서울 신림본동 자택으로 돌아간 이 병장의 작은아버지 이병규(54)씨도 “거기 있어 봤자 뭐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자신의 아픔을 넘어 혹시 발생할지 모를 또 다른 희생을 걱정하고 있다. 실가협은 “선체 인양 작업을 할 때 더 이상의 사고가 없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앞서 실가협은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있던 지난 3일 더 이상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종자 구조 수색작업을 중단하고 선체 인양에만 힘써 달라고 군 당국에 부탁했었다.

한편 실가협은 “선체 인양이 될 때까지 (실가협 차원에서) 따로 발표할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공식 브리핑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이경원 김수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