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 어려운 마약, 이유 있었네… 절반이 치료 못받고 “혼자 노력”

입력 2010-04-05 19:01


마약 중독자 대부분은 술과 담배에도 중독돼 있고 우울증, 불안, 자살시도 등 정신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 절반 이상이 체계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김대진 가톨릭대 의대 교수에게 의뢰해 마약중독 경험자 447명(남성 416명, 여성 31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면접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5일 밝혔다.

마약 중독자 가운데 평소 술을 마시는 사람은 74.5%,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89.5%였다. 스스로 술이나 담배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답한 사람도 각각 64.4%, 66.9%였다.

술을 마시는 마약 중독자 가운데 술을 적당히 통제해 마시지 못하는 ‘알코올 남용자’가 55%, 금단 현상을 겪는 ‘알코올 의존자’는 23%, 폭력 등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 음주자’는 22%였다. 이들은 한 달 평균 9.3일가량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중독은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마약 중독자 가운데 36.9%는 우울증을 겪었고 이해력과 집중력 저하가 33.4%, 불안 증상 경험이 28.9%였다. 마약 중독자의 23.7%는 자살을 시도했고, 41.3%는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독자의 86.4%는 마약을 끊으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마약을 끊기 위해 ‘혼자 노력했다’는 응답이 53.1%로 가장 많았고, ‘종교의 도움을 받았다’와 ‘가족과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각각 11.6%와 10.3%로 뒤를 이었다. ‘의료기관을 이용’(10.1%)하거나 ‘마약 중독 치료자 모임’(7.0%)과 ‘상담소 이용’(4.4%)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중독자들이 처음 마약을 사용하게 된 동기는 ‘호기심’(43.4%)과 ‘지인의 권유’(31.6%)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마약을 끊기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로 ‘주변의 마약류 사용자’(2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대인관계’(19.1%), ‘가족관계’(15.1%), ‘심리적 어려움’(12.5%), ‘결혼 문제’(11.9%), ‘직업상의 문제’(9.5%) 순이었다.

김 교수는 “복합적인 정신과적 문제를 앓고 있는 중독자들은 스스로 약을 끊으려는 노력만으로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전문가와의 유기적 협조 체제를 갖춘 치료·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마약 때문에 처벌을 받은 경험 때문에 직업을 잃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어 중독자 대부분이 마약을 끊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