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2009년 순익 58% 급증
입력 2010-04-05 18:24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금융위기를 잘 버텨내며 큰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전자(IT) 업종은 메모리반도체 등 제품 수요 증가,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78.96%, 396.33% 급증했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65개사의 2009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3%(1조1077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57.97%(17조5188억원)나 급증했다. 매출액은 0.27%(2조4236억원) 감소했다.
상장사들이 장사(매출)는 시원찮았는데도 번 돈(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에다 고환율 효과, 각국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수요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조·건설·서비스업종은 매출액(1.07%) 영업이익(4.07%) 순이익(70.75%) 모두 늘었다. 그 중에서도 IT업종의 성적표는 단연 돋보였다. 매출액(17.33%) 증가율은 평균치를 압도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대폭 늘리며 각각 9조7401억원, 13조108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18%, 순이익의 27%가 IT업종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IT계열사의 약진으로 삼성그룹은 영업이익이 40.25%(2조5309억원), LG그룹은 21.67%(1조234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신제품을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던 현대차그룹은 영업이익이 12.01%(4580억원) 증가했다. 반면 금융업종은 지난해 고금리 자금조달 영향 등으로 이자 부분 이익이 감소하고, 기업 구조조정 탓에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면서 매출액(-17.97%) 영업이익(-13.28%) 순이익(-0.75%) 전부 감소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 등을 겪은 국내 기업들의 위기 대응력이 훌륭했다. 환율 효과와 예상보다 빨랐던 국내 경기회복세도 도움이 됐다”며 “이 같은 이익 증가율은 상반기까지 유지되겠으나 하반기엔 경기모멘텀 둔화, 원화 강세, 경쟁기업 공격 등으로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859개사(985개 중 전년도 실적과 비교 가능)의 2009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5.48% 증가한 77조14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0.76% 감소한 4조1632억원, 순이익은 9018억원 적자에서 2조321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