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부 밀월 시작?… 김중수 총재 취임 후 첫 외부행사 윤증현 장관과 회동
입력 2010-04-05 18:24
한국은행과 정부, 밀월 관계의 신호탄?
한은 김중수 총재가 취임 후 첫 외부 행사로 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한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양측의 공식 입장은 “취임 후 상견례였고, 경제 상황과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인식 공유의 자리”라는 것이다. 윤 장관은 “양 기관이 공조를 잘해서 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김 총재도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앞으로 두 기관이 어떻게 협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공감하는 자리였다”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책 공조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열리는 등 민감한 시기에 김 총재가 이처럼 급하게 윤 장관과 자리를 함께해야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 경제연구기관의 박사는 “그렇지 않아도 김 총재가 친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도마에 올랐는데, 금통위 직전에 재정부 장관을 만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서별관회의나 대통령 주재 위기관리대책회의 등 공식적으로 만날 자리가 있다”며 “최소한 금통위가 끝나고 회동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회복세가 꺾이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 재정부와 한은의 한목소리를 반기지 않은 이유는 없지만 불안한 점도 있다”며 “성장 중심의 현 정부 정책기조가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개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안팎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윤 장관과 김 총재의 조찬간담회 직후 “올해 성장률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올해 성장률을 4.6%로 전망한 바 있다. 재정부와 한은은 간담회 직후 낸 보도 참고자료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내수 및 수출, 생산 등이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2월 산업활동동향 등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데다 기업인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12일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배병우 정동권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