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에 무상급식 포함안돼”… 법원, 수업료 면제로 의무교육 범위 한정

입력 2010-04-05 18:18

의무교육을 받는 동안 수업료를 내지 않도록 한 초·중등교육법이 무상 급식까지 의무로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의무교육의 범위를 수업료 면제로 한정해 판단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01단독 권양희 판사는 신모(19)양 부모가 “급식운영비, 식품비 등을 학부모에게 부담토록 한 학교급식법 8조 2항, 3항은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은 중학교육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교육의 범위는 수업료 면제”라며 “급식운영비나 식품비를 학부모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은 입법권자의 정책 판단 범위에 포함된 만큼 헌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공립학교의 설립·경영자 및 의무교육 대상자를 위탁받은 사립학교의 설립·경영자는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게 수업료를 받을 수 없다’는 초·중등교육법 12조 4항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초·중등교육법 9조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 급식비를 내기 어려운 학생을 우선 지원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한 헌법 31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양은 중학생이던 2003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급식비 명목으로 1년에 30여만원씩 냈다. 신양 부모는 지난해 9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등 소송을 냈고,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다. 이들은 “급식비를 학생 부담으로 하는 것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헌법 취지에 반한다”며 “모든 국민은 무상교육인 중등교육 과정에서 수업료는 물론이고 기성회비, 급식비, 교과서 대금 등 일체의 경비를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본안 소송은 아직 계류 중이다.

신양 부모가 문제를 제기한 학교급식법 8조 2항은 ‘급식운영비는 학교의 설립·경영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자가 경비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항은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무상급식 논란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첨예한 이슈가 된 상황에서 법원 판단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김미소 교육팀장은 “학교 급식도 엄연한 교육의 일환이므로 무상급식을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