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업체는 파는데 삼성전자는 지킨다… ‘해외공장 처리’ 다른 이유는
입력 2010-04-05 18:47
‘생산공장을 팔아? 말아?’
해외공장 처리방식을 두고 소니 등 일본 업체와 삼성전자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달 슬로바키아의 LCD TV 공장을 9월까지 대만 전자업체인 혼하이정밀에 매각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인 이 회사가 슬로바키아 공장 지분의 90.1%를 매입하고 소니는 나머지 9.9% 지분만 갖는다. 이 공장에서는 2500명이 소니 LCD TV 전체 판매량의 25%에 달하는 4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9월에도 멕시코의 LCD TV 공장을 매각했고 중소형 초박막액정표시장치 제조공장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도시바도 싱가포르의 LCD 공장을 대만의 AU옵트로닉스에 매각한다. 도시바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1억8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노트북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곳으로 도시바 유일의 해외 LCD 생산기지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일찍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동시켜왔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공장 매각은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또 제조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환경 구축에 중점을 두는 애플식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글로벌 생산공정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출시 등 노트북 PC 수요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공장을 더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05년 화성에 15라인, 16라인이 들어설 공장을 증설하고 16라인 설비는 아직 깔지 않았다. 업계에선 연내 삼성전자가 3차원(D) TV나 스마트폰 등 첨단제품 수요를 대비해 16라인을 깔고, 17라인 공장 증설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처럼 제조업 역량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지, 일본 업체들처럼 이 분야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지 조만간 판가름 날 것”이라며 “어느 방식이 좋으냐에 따라 업계 판도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