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휴스턴오픈 연장전 끝에 우승… 살아난 ‘라이언’ 돌아온 ‘타이거’ 노린다

입력 2010-04-05 21:22

2007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문한 재미동포 앤서니 김(25·한국명 김하진). 그는 이듬해 5월(와코비아 챔피언십)과 7월(AT&T 내셔널) 우승을 수확하며 단숨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언론들은 ‘타이거’ 잡을 ‘라이언’이라며 그를 집중 부각시켰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그는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여자 친구와의 이별에 이은 왼쪽 엄지 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우승 없이 컷오프 다섯 차례 등의 수모를 당했다.

그런 그가 예전 ‘라이언’의 날카로움을 되찾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앤서니 김은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험블의 레드스톤GC 토너먼트코스(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셸휴스턴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본 테일러(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지켜 정상에 올랐다.

뛰어난 재능에 비해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던 앤서니 김은 1년 9개월여 만에 통산 3승을 달성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더욱이 앤서니 김은 ‘명인열전’ 마스터스(8일 개막)를 앞두고 열린 이번 대회에서 어니 엘스(남아공), 필 미켈슨(미국),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등 톱랭커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 우즈의 복귀전인 마스터스 선전 가능성을 높였다. 앤서니 김은 우승 상금 104만4000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183만2557달러로 지난주 상금랭킹 26위에서 4위로 수직 상승했다. 세계랭킹도 지난주 26위에서 12계단 뛰어오른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앤서니 김은 17번홀(파4)까지 테일러에 2타차로 앞서 우승을 낙관했지만 이번 주 내내 불안했던 티샷이 발목을 잡았다. 앤서니 김은 18번홀(파4·488야드)에서 3번 우드 티샷과 두 번째 샷이 모두 벙커에 빠지며 결국 보기를 범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테일러와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 18번홀에서는 정규 18번홀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앤서니 김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파를 잡아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테일러는 티샷 벙커와 두 번째 샷 벙커를 전전한 끝에 보기로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티샷 정확도가 41%에 불과했던 앤서니 김은 “이번 주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게임을 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경기했고 결국 우승했다. 자신감을 갖고 다음주 마스터스에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