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총파업 돌입… 뉴스 프로그램 축소

입력 2010-04-05 18:12


MBC 노조 서울지부가 5일 오전 6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방송센터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황희만 부사장 임명은 노사합의 파기다. 또한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고소 고발을 미루는 등 노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MBC를 권력의 채널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파업의 이유를 밝혔다. 19개 지역 MBC 지부도 이번 주 중으로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조는 ‘김 사장 즉각 퇴진’ ‘정권의 방송 장악 진상 규명’ ‘정치권의 방문진법 제도 정비’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1000여 명의 서울지부 조합원은 천안함 침몰 사태 보도에 필요한 최소 인력 40여 명을 제외하고 전원 방송 제작과 보도에서 물러난다. 뉴스와 시사교양 등 프로그램은 부장급 이상 간부와 비조합원으로 진행되며, 뉴스 프로그램은 축소 편성된다.

노조가 강경하게 나온 데는 김 사장이 MBC를 권력의 채널로 재편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는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지난달 노조의 반대로 보도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황희만 이사를 최근 보도와 제작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임명했고, 지난 11일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고교 선배이자 대학 동창인 전영배씨를 방문진 기조실장에 내정했다. 그 외에도 ‘4대강 논란’과 ‘용산참사’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PD수첩’의 김환균 CP를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 내 ‘PD수첩 손보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김재철-황희만-전영배로 이어지는 정권의 MBC 직할 통치 체제를 완성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정부 기관의 MBC 인사 개입을 시사한 김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김 사장이 민형사상 고소 고발방침을 미룬 것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수사기관을 왕래하는 것이 MBC 조직 운영과 경쟁력에 고통을 더하는 것 같아 고심하고 있다”며 고소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김 전 이사장은 5일 미국으로 돌연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이는 4월 열리는 임시 국회 청문회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정권의 방송 장악에 대한 진상 규명을 막으려는 것이다. 김 사장이 김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를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말 잘 듣는 정권의 청소부’임을 자인한 만큼 총파업을 통한 전면적인 김 사장 퇴진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측은 총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 사규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최기화 MBC 홍보국장은 “MBC 내부 문제에 따른 불법 파업이다. 무노동 무임금 적용은 물론 사규에 따라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