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원들 빈소는 왜 이리 초라한가
입력 2010-04-05 18:04
생명의 무게는 지구보다 무겁다. 사람의 생명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물며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을 때 그 무게는 감히 가늠하기 힘들다.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훈장을 추서하며 국가유공자로 극진히 예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숭고하고 고귀한 희생이 고작 훈장이나 금전으로 보상될 리 있겠느냐마는 이마저도 안 한다면 도리가 아니다.
천안함 침몰의 악몽 속에 실종자 구조과정에서 발생한 두 건의 인명사고는 국민을 더 큰 충격에 빠뜨렸다.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한주호 준위의 순직 소식에 온 국민이 울었고, 군의 요청으로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침몰한 98금양호 사고 소식에 또 한번 울었다. 한 준위와 98금양호 선원은 신분이 각각 군인, 민간인으로 다르지만 모두 국가의 부름을 받아 공적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의 대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준위 빈소와 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운찬 국무총리, 여야 정당 대표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최고의 예를 표했다. 살신성인의 참군인상을 실천한 한 준위는 그런 예우를 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반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98금양호 선원 김종평씨와 인도네시아 선원 캄방 누르카효씨 빈소는 한산하다 못해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소식이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한 준위 빈소와 영결식장에 득실대던 그 많던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의 모습을 이곳에선 도무지 볼 수가 없다. 그 흔한 조화조차 보이지 않는다.
백령도 근해는 해저 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 쌍끌이 어선들이 가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군인도 아닌 그들이 꼭 가야 할 의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98금양호는 막대한 수입이 보장된 조업을 포기하고 백령도로 향했다. 생업을 뒤로하고 국가 부름에 응한 98금양호 선장 김재후 기관장 박연주 선원 김종평 이용상 안상철 정봉조 허석희씨는 진정한 애국자다. 이들을 푸대접하면서 틈만 나면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떠드는 게 대한민국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