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력 기대되는 국민참여재판

입력 2010-04-05 18:04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낸 의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경우 상급심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강도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최모씨에 대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심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에 의해 그대로 채택됐다면 항소심에서 명백히 반대되는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배심원 평결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로 하급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대법원이 ‘권고적 효력’만 갖는 배심원단 평결에 무게를 실어준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배심원단 평결과 일치하는 1심 재판부 판단을 항소심이 뒤집는 경우가 잦아 참여재판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2008년 233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66건으로 늘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이 재판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2년의 시행기간 동안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이 일치하는 비율도 90.6%에 달했다.

물론 무죄선고율이 8.8%로 일반 재판(3%)에 비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제도를 확대하면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죄를 받는 ‘법정 무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배심원들이 검찰에서 내놓는 증거들을 판사보다 까다롭게 봐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검찰이 물증 확보에 좀 더 노력하도록 독려하는 측면도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 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제도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공판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에서 모든 증거조사를 실시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이상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법원이 이 재판을 확대 시행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내려진 이번 대법원 판결은 참여재판의 활성화와 안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