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브론축구선교회 대표 류영수 목사, 들풀처럼 강인하게 지켜온 20년 축구사역
입력 2010-04-05 17:41
1990년 봄 인천시 부평동 외곽 소위 박촌이라는 곳에 30대 후반의 한 사역자가 찾아들었다. 별로 가진 것 없이 여기저기 터전을 모색하던 그는 결국 이곳까지 와서 한 허름한 건물에 세를 얻고선 현판을 내걸었다. 헤브론축구선교회 대표 류영수(57) 목사의 축구선교 사역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때부터 꼭 20년을 이어온 류 목사의 사역은 파란과 곡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오직 주님’의 일념으로 헤쳐온 그의 발자취에는 유무형의 성과들이 즐비하다.
200여 교회 및 단체와 사역 네트워크를 이루고, 축구선교 문화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한 것은 그의 큰 업적이다. 중국과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로까지 뻗어나간 사역의 확장도 돋보인다. 지난 2일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류 목사는 과거를 회상하며 잠깐 감회에 젖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곁눈질하지 않고 달려온 점에 대해서는 자부합니다. 하나님의 큰 은혜입니다.”
류 목사가 사역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내거는 슬로건이 있다.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의 축구선교다. 그가 관여하는 모든 사역에는 어김없이 이것부터 앞세워진다.
“교회 축구는 놀이와 교제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축구를 하면서 하나님의 복음을 앞세우고 축구로 교회를 든든히 세우고 부흥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류 목사는 꿈나무 육성으로 자신의 사역을 시작했다. 맨 먼저 헤브론 어린이축구교실을 열었고, 이어 축구선교캠프와 헤브론유소년축구선교단을 구성했다. 이어 97년 헤브론여자축구팀을 만들어 실업대회에 출전하면서 국내외 선교 활동을 벌였다. 그런 다음 2003년쯤부터 본격적인 교회축구 사역을 펼쳤다.
류 목사는 지난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국민일보사와 함께 ‘전국교회대항 축구선교대회’를 주관하게 된 것. 다소 급작스럽게 시작했지만 전국 순회 지역예선을 치르는 등 차별화를 시도, 출전 교회들로부터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그는 이 대회를 한국교회 축구선교대회의 모델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현장 사역자들에게 축구선교의 철학과 이론을 전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 매주 목요일 헤브론축구선교회에서 운영하는 축구선교신학교를 서울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연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헤브론여자축구팀을 재창단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류 목사는 거칠어 보인다. 기질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가 살아온 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고등학교까지 축구선수로서 활동한 그는 한때 주먹 깨나 쓰는 건달로 지냈다. 하지만 80년대 초반 교회를 알게 되고 예수를 뜨겁게 만나면서 완전히 변화됐다.
류 목사는 언제부턴가 ‘들풀’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밟히고 꺾이고 차이는 보잘것없는 풀이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제멋대로 자란 풀이다. 그래서 들풀은 강인하다. 실제로 그는 들풀을 닮았다. 그의 삶이 그렇고 사역이 그렇다. 그가 주님을 사랑하는 방법 또한 그렇다(032-505-2458).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