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CEO 리더십-(15) 구자홍 LS그룹 회장] 변화의 흐름 읽을 줄 아는 ‘경영의 코디네이터’

입력 2010-04-05 21:43


지난 2일 부산 화전산업단지에서는 LS산전 부산사업장 준공식이 열렸다. 초고압 변압기 및 스테인리스 스틸 대형 후육관(厚肉管) 공장을 보유한 부산사업장은 2008년 11월 기공식을 가진 지 1년5개월 만에 완성됐다. 초고압동 높이가 30m, 후육관 건물 길이는 250m에 이르는 화전산업단지 최대 규모다. 사업장 건설에 7700여t의 철골이 투입돼 이를 일렬로 이으면 서울과 청주 간 거리인 140㎞에 달한다. LS전선이 지난해 11월 강원도 동해시에서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완성한 데 이은 LS그룹의 대규모 신규 시설이다.

LS그룹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LS그룹 매출은 분리 당시 7조3500억원대에서 2008년 19조15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9년 2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도 분리 당시 3480억원 규모였으나 2008년 1조2000억원을 달성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도 키워 현재 주력 7개사(LS전선·LS산전·LS-니꼬동제련·LS엠트론·가온전선·E1·예스코)를 포함해 45개 계열사로 구성된 재계 13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 분리 후 7년째를 맞는 LS그룹 성장의 중심에는 구자홍 회장이 있다. 1973년 LG상사에 입사한 후 경영일선에서만 40년 가까이 활동한 구 회장은 LG전자 회장, LS전선 회장을 거치며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다듬어왔다. 구 회장은 그룹 설립 시부터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강조하며 그룹 경영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LS그룹은 구 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이사회 틀 안에서 최고경영자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회사를 운영해 왔다. 이사회 의장인 구 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경영 성과를 촉진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에 충실해 왔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구 회장은 또 그룹의 외형만 키우는 M&A가 아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스몰 M&A 전략’을 써왔다. 주력사인 LS산전은 2008년 11월 전력선 통신기술(PLT)과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원천기술을 보유한 플래넷을 38억원에 인수했다. 플래넷은 규모는 작지만 관련 분야에서 모두 49건의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210억원을 들여 독일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와 합작으로 LS파워세미텍을 설립한 데 이어 공장자동화 제품인 서보(Servo)를 생산하는 메트로닉스와 지능형빌딩시스템 전문업체인 사우타 코리아를 인수해 각각 LS메카피온과 LS사우타를 설립했다. 산업기계 및 전자부품 전문 계열사인 LS엠트론 역시 2008년 11월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LS엠트론과 공조기 회사인 에이스냉동공조를 잇따라 인수했다.

구 회장이 LG상사 시절 해외 근무로 터득한 국제 감각과 인맥 역시 그룹 운영에 도움이 됐다. 구 회장은 해외에서는 존 구(John Koo)로 더 유명하며 미국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경영 환경이 불안한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일부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사업을 안정화시킬 계획이다. 구 회장은 이와 관련 올해 신년사에서 그린경영 가속화, 글로벌 경영 심화, 창의적인 인재 육성과 효율적인 연구개발(R&D)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핵심 부품, 신재생에너지, 지능형 건물 및 주거환경 솔루션, 자원 재활용 사업 등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사업을 가능하게 해줄 동력으로 R&D에 대한 투자와 창의적 인재를 꼽고 있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의 R&D 활동이 고객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는지 냉철하게 반성해 볼 때이며 내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자세에서 벗어나 필요하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남과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고 임직원의 분발을 촉구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