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지고 은행나무 뜬다…가로수도 세대교체
입력 2010-04-05 00:58
서울 시내 가로수가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에서 은행나무로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1980년 12월 말 기준 플라타너스는 시내 전체 가로수 가운데 38%를 차지했고 수양버들이 27%, 은행나무가 14%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 말 현재 플라타너스의 비율은 29%로, 41%를 차지한 은행나무에 밀려 2위로 물러났다. 은행나무가 새로운 가로수 ‘왕좌’에 오른 것이다. 수양버들은 대부분 사라져 516그루(0.2%)에 불과했다.
플라타너스는 80~90년대만 해도 가로수 대세를 이뤘다. 병충해에 강하고, 성장 속도가 빠른 특성이 도시 팽창 추세와 맞아떨어져 여기저기 심어졌다.
하지만 플라타너스는 급성장 때문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발육이 좋아 최대 40~50븖까지 자라는데다 잎사귀가 넓어 고층 건물의 창이나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
다. 여기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외래종이라는 사실도 작용해 플라타너스는 2004년 9만8065그루에서 2009년 8만1162그루로 5년 사이 1만7000그루 가까이 줄었다.
시는 대신 2000년 들어 은행나무를 많이 심었다. 수양버들은 봄이면 흩날리는 홀씨가 알레르기를 유발해 가로수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요즘에는 은행나무에 이어 이팝나무도 가세하고 있다. 4월에 하얀 꽃을 피우는데 마치 하얀 쌀알을 연상시킨다고 해 쌀밥나무, 즉 이팝나무로 불린다. 이팝은 북한 함경도 사투리로 쌀밥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종이어서 수년 전부터 가로수로 인기가 높다. 2004년까지 시내 가로수 중 이팝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으나 2009년에는 4742그루에 달했다.
벚나무도 꾸준히 개체수가 늘어 2004년 1만2462그루에서 2009년 2만527그루로 5년 사이 60% 이상 증가했다. 소나무도 2004년 359그루에서 2009년 3521그루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김동완 시 조경관리팀 주무관은 “단조로운 플라타너스보다 아름다운 꽃이 시선을 붙잡는 나무를 시민들이 선호하면서 가로수 지형이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가로수 종이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