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중견 건설사 줄도산 공포… 4∼5개 업체 블랙리스트 오르내려
입력 2010-04-04 19:18
‘다음은 어디?’ 중견 건설사들이 줄도산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신용평가 B등급사인 성원건설에 이어 A등급 업체인 남양건설마저 지난 2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수도권 및 지방 중견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 외에도 4∼5개 업체가 ‘블랙리스트’로 오르내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A업체는 돈줄이 막히면서 어음 만기일을 연장해오다 급기야 모기업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넘겼다.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애를 먹고 있던 지방의 B업체는 해당 업체를 설득해 만기 90일짜리 어음을 1개월 더 늘려 120일짜리로 끊어주며 연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채시장에서 간신히 자금을 조달하거나 직원들 상여금을 수개월째 미룬 업체도 부지기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저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외부에 알려질 경우 회사 신용도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속으로 끙끙 앓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제2의 성원건설, 남양건설 같은 업체들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권이 최근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사하면서 중견업체들의 ‘도미노 부도’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주택사업이 회생하려면 주택매매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올 들어 수도권 등의 주택거래는 거의 마비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워크아웃 중인 중견업체들은 도급사업 등을 제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등의 자금지원이 사실상 끊기면서 유동성 위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 조선업체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7위를 달리는 성동조선해양은 이번주 중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18척의 선박을 신규 수주했지만 지난해 6000억원에 달하는 선물환거래 손실과 선수급 유입 지연에 따라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진 탓이다. 성동조선해양의 워크아웃설에 다른 중견·중소 조선업체들도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