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민간업체 주도 함미·함수 동시인양…날씨가 최대 복병

입력 2010-04-04 21:38


군 당국이 천안함 인양작업 기간을 최대한 단축키로 했다. 침몰 원인에 대한 각종 설(說)이 난무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군과 민간 인양업체들은 신속하게 선체를 인양해 침몰 원인을 조기에 밝히기로 했다. 물론 기상 상태, 수중 여건 등이 뒷받침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군은 4일 선체 내부탐색을 중지하고 민간업체들과 향후 일정과 임무에 대해 조율했다. 본격적인 인양 작업은 6일부터 시작키로 했다.

◇5단계 인양 계획=군은 총 5단계에 걸쳐 인양을 완료할 계획이다. 군은 각 단계별 소요기간을 2일로 잡고, 총 인양 기간을 10일로 예상하고 있다. 인양작업은 대형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업체 주도로 진행된다. 군은 사고 해역을 경계하는 한편, 민간업체의 인양작업을 지원하게 된다. 인양은 함미, 함수 2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1단계는 인양 준비작업이다. 크레인은 닻을 내려 고정하고, 잠수대원들은 수중 탐색을 통해 인양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2단계는 천안함 선체와 대형 크레인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대목이다. 침몰한 천안함이 접촉하고 있는 해저면 바닥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직경 90㎜짜리 쇠사슬을 넣어 선체를 묶는다. 흡입장치를 이용해 해저면 바닥의 뻘을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함미와 함수에 각각 4개씩 터널을 만들 예정이다.

3단계는 인양 및 배수 단계다. 물 밖으로 끌어낸 선체에서 물을 빼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선체가 물 위로 올라올 때 흔들리고, 조류 등에 의해 실내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실종자나 부유물이 물 밖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해군 특수전여단(UDT) 등 잠수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수중 및 수상 수색 작업을 벌인다.

4단계는 선체를 바지선 위에 실은 뒤 실종자를 수색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선체에 남아 있는 실종자가 모두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5단계에서는 선체를 평택항으로 이동시켜 본격적인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서게 된다.

◇천안함 인양 민(民) 주도=인양 작업은 군사작전과 다름없는 일사불란함이 요구된다. 배의 무게와 기상 및 수중 여건 때문이다. 천안함의 만재 배수량은 1220t에 달한다. 탄약, 인원 등을 최대한 실은 채 물 위에 떠있는 배의 무게를 말한다. 이는 물 위에 떠있을 때 수치다. 물속에 가라앉은 천안함은 대부분 공간에 물이나 진흙 등이 가득 차 있을 것으로 보여 훨씬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함수부분은 최대 2000t, 함미부분은 1000t 이상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무게에 표면장력까지 감안하면 기존 천안함 무게의 3배에 이르는 힘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잠수대원들을 괴롭혔던 기상 및 수중 여건 등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3~5노트의 빠른 조류를 감안한 정교한 인양계획이 필수다.

천안함 인양에는 대형 크레인을 제공하는 조선, 건설업체 2개사, 천안함과 해상 크레인 사이의 연결 작업을 맡는 구조업체 3개 등 모두 5곳의 민간업체가 참여한다.

함미부분을 물 밖으로 끌어낼 2000t급 해상 크레인 ‘삼아 2200호’는 부산의 항만건설사 ‘삼호 I&D’가 제공했다. 2004년 선박구난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이 업체는 해상 크레인 4대와 예인선 9척, 바지선 5척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4일 3600t급 해상크레인인 ‘대우 3600호’를 현장으로 출발시켰다. 자체동력 없이 예인선 3척에 의해 이동하고 있다. 4~5일쯤 후 사고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3대의 해상 크레인을 연결해 5000t 가량을 한꺼번에 인양하는 ‘병렬식 세팅 공법’과 3000t 이상의 초대형 슈퍼블록을 운반하는 ‘링 타입 탑재공법’등 다양한 대형 구조물 인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천안함이 해상 크레인과 연결되도록 체인을 감는 중책은 해양개발공사와 88수중개발, 유성수중개발 등 3개 업체가 맡는다.

◇인양 장비 속속 배치=민간 잠수대원들은 이날 선체하부 지형 탐색 및 굴착 준비작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상여건이 나빠 본격적인 작업은 다음날로 미뤘다. 함미부분 해역에서는 대형 크레인인 삼아 2200호 고정이 완료됐다. 대청도 인근에 정박 중이던 이 크레인은 예인선 2대에 이끌려 사고해역에 도착한 뒤 닻을 내려 고정됐다. 대우 3600호도 4~5일 뒤 사고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수중 관측 및 유속 측정 장치, 고성능 수중 카메라 등을 탑재한 해양연구원 소속 ‘이어도호’는 오전 함미부분을 돌며 탐색을 진행했다. 이어도호는 침몰한 천안함에 대한 입체 영상을 찍었다. 이 자료는 인양시 어느 장소에 몇 개의 쇠사슬을 연결할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대형 크레인이 끌어올린 선체를 평택항으로 이동시킬 3000t급 바지선도 인근 해상에 머무르며 장비 점검을 벌였다.

잠수대원들을 선체에 진입시키는 방식의 실종자 수색은 중단됐지만, 해안가를 중심으로 한 수색은 계속됐다. 해병대는 조류에 떠밀려 올지 모르는 실종자와 부유물 수색에 집중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