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친구야 잘 가라… 고모부, 편히…”
입력 2010-04-04 18:33
“개인주의의 시대에 당신이 진정한 영웅입니다.”(경기 성남의 곽운섭씨) “진정한 영웅을 이렇게 뵙게 되어 안타깝습니다.”(육군 수도군단 헌병대 수사과)
고 한주호 준위를 기리는 추모객들이 남긴 조문록에는 각기 다양한 사연과 마음을 담은 토막글들이 넘쳤다. 닷새 동안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다녀간 8000여명이 글을 남긴 조문록은 30권이 넘었다. 한 줄로 쌓으면 어른 허리춤까지 오는 높이다.
스스로를 한 준위의 죽마고우로 소개한 조광호씨는 “영광스런 너의 죽음은 대한민국 해군사에 영원할 것”이라고 적었다. 최진식씨는 “당신의 뜻,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여깁니다. 훌륭하신 헌신 본받겠습니다. 편안한 곳에서 아름답게 쉬십시오”라고 썼 다. 한 조문객은 “친구야 잘 가거라”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군 후배들도 절절한 추모의 글을 남겼다. 5일장 내내 빈소 앞에서 조문객에게 조문록을 펼쳐주기만 하던 해군 특수전여단(UDT) 유성인 중사는 조문객의 발길이 뜸해진 새벽에 글을 남겼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술 조금만 먹고 다니라고 말씀하시고…그것이 마지막 말씀이 될 줄 몰랐습니다. 필승, 안녕히 가십시오.”
교관이었던 고인에게서 훈련을 받은 후배들은 고인을 ‘사부님’이라 불렀다. “사부님 편히 주무십시오.” “준사관 41기 모두 왔습니다. 편히 잠드세요.” 후배 군인 조재억씨는 “한 준위님은 조국을 지키셨지만 조국은 가족을 지킬 것입니다. 부디 영면하소서”라고 썼다. 고영재 인천해양경찰서 501 경비함장도 빈소를 찾아 글을 남겼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사고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해 승조원 56명을 구조한 고 함장은 “당신의 고귀하신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썼다.
고인의 영결식을 8시간 앞둔 3일 새벽 2시까지도 조문록은 한 장 한 장 넘어갔다. 고인의 조카도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갔다. “고모부, 편히 눈 감으세요.”
성남=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