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지옥서도 살아 오라던…” 후배 추도사에 눈물바다
입력 2010-04-04 18:33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지옥에서 살아오라고 저희에게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 UDT·SEAL(해군 특수전여단)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숨죽여 듣던 군인들이 눈물을 쏟았다.
3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백국에 묻힌 영정 앞에서 UDT·SEAL 김창길 준위가 추도문을 읽었다. 김 준위는 특전 34기로 한 준위의 12년 후배다. 한 준위가 그를 특전대원으로 훈련시켰다.
“깊은 바다, 거친 물결, 어떠한 최악의 해상 상태도 우리 UDT·SEAL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는데. 이제는 선배님을 UDT·SEAL의 전설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추도문을 읽으며 김 준위는 울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턱 끝에서 떨어졌다.
김 준위는 “이제 우리는 선배님을 보내드려야만 한다”면서도 “선배님이 남기신 투철한 사명감과 정신까지 보내드릴 수는 없다. 선배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결코 선배님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내는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1000여명의 조문객으로 붐볐다. 영결식은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해군장으로 치러졌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고인의 영정 앞에 충무무공훈장을 추서했다.
한 준위의 아내 김말순(56)씨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김씨의 손을 아들 상기(25)씨가 꼭 붙잡았다. 딸 슬기(19)양은 하염없이 영정을 바라봤다. “엄한 교관이었지만 가족에게 한없이 따뜻했던 분”이라고 고인을 추억한 대목에서 슬기양도 고개를 묻고 눈물을 훔쳤다.
느리고 장중한 군악대의 주악이 영결식장에 울려 퍼졌다. 상기씨를 시작으로 유족과 조문객이 영정 앞에 마지막 국화를 바쳤다. 향을 집어 들어 향로에 넣는 아내 김씨의 손이 떨렸다. 김성환 해군참모총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 정 총리와 김태영 국방장관이 유족에 이어 차례로 분향했다.
의장대 조총 발사를 끝으로 식장을 나서던 운구 행렬이 통로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한 UDT 대원이 “마지막 가시는 길, 한 준위님을 그대로 보낼 수 없어 살아생전 좋아하시던 군가를 불러드리겠다”고 외쳤다. 전·현직 UDT 대원들이 주먹을 쥐고 흔들며 목멘 소리로 ‘사나이 UDT가’를 불렀다.
울먹이며 군가를 불렀던 김상운(40) 원사는 “한 준위께 UDT 훈련을 받던 생각이 난다.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빈다”고 했다. 조재억(49)씨는 “이 숭고한 정신이 금세 식어서는 안 된다”며 떠나는 운구 행렬을 한참 바라봤다. 영결식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고인의 영면을 바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한 준위는 화장됐다. 유해 가운데 절반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으며, 나머지 절반은 UDT충혼탑이 있는 경남 진해시 대죽도로 옮겨졌다. 해군 UDT전우회 경남지회는 “충혼탑 아래 유해를 묻고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남=이경원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