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북 어뢰공격 받았다면 왜 폭발 파편·화상자 없나

입력 2010-04-04 21:52


해군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과 당시 정황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어뢰 공격 여부가 핵심이다. 어뢰 공격 여부가 밝혀지려면 폭발에 의한 파편이나 부유물이 나와야 한다. 또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고 화상을 입은 승조원이 없는 점도 의문이다.

◇북한 어뢰로 공격했을까=군 안팎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은 중형 잠수함인 로미오급(1800t), 소형 잠수함인 상어급(325t), 유고급(70t)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 반잠수정은 5∼11.5t 규모의 대동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의 사곶이나 비파곶에 정박 중이던 상어급 잠수함이나 유고급 잠수정이 어뢰공격에 동원됐을 수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직격어뢰에 의한 공격과 함체 아래에서 폭발해 압력으로 선체를 절단시킬 수 있는 버블제트 어뢰 가능성을 제기했다. 직격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당시 백령도 초병이 찍은 열상감지장비(TOD)에 나타난 절단면이 C자형인 데 따른 것이다. 탄두가 둥근 어뢰가 충격을 준 흔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어뢰에 의한 폭발이라면 파편과 부유물이 많아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는 폭발가능성을 입증해줄 만한 파편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약냄새나 화상 환자가 없다는 점이 의문이다. 군 관계자는 “58명 생존자들 가운데 화상을 입거나 화약냄새를 맡았다는 사람은 없다”며 “대부분이 충돌에 의한 타박상을 입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뢰에 의한 폭발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한 어뢰 공격 왜 탐지 못했을까=어뢰가 접근했다 하더라도 탐지가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안함에는 소나(음파탐지기)가 있지만 주변 소음이 심하거나 잠수함이 음파탐지기가 알아낼 수 없는 섀도이팩트(그늘 효과) 지역에 들어가면 파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당시 파도가 높은 편이었고, 천안함이 육지와 가까이 있었던 관계로 파도가 육지에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탐지가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여년 된 천안함의 음파탐지기 성능이 좋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해군 전문가는 “더욱 발전하는 잠수정의 은밀성을 천안함의 음탐기가 따라잡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훈련을 통해 어선이나 상선의 소음은 명확히 잡지만 적 잠수함이나 잠수정은 대부분 파악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음파탐지 전문가가 아닌 병사가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한 음파 전문가는 “일반 병사의 경우 은밀하게 접근해오는 잠수정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음파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어뢰를 개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적인 군사전문기관인 제인스 디펜스의 북한 무기 편람에는 북한이 반(反)음파탐지기 어뢰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천안함은 왜 백령도 가까이 갔나=침몰 사고가 발생한 당일 천안함은 통상적인 작전구역을 벗어나 백령도 가까이 접근했다. 합참은 작전구역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김태영 국방장관은 2일 국회에서 “작전구역을 약간 벗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군에 따르면 군함들은 파고가 3m 이상이면 조류를 따라 이동하고 4m 이상이 되면 비교적 조용한 바다로 가 닻을 내려 피항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천안함 작전수행 지역의 파고는 3m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피항 주장에 의문이 제기된다.

해군은 지난 11월 발생한 대청해전 이후 북한의 해안포와 대함미사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백령도 뒤쪽으로 작전구역을 확대했다. 천안함의 경우 통상적인 피항 항로는 대청도 앞바다 쪽이었다. 그러나 천안함은 이번에는 당초 피항 지역을 약간 벗어나 백령도 인근으로 접근했다.

◇사고 발생시간 의문은 다소 풀려=군은 천안함 사고 발생시간이 오후 9시22분이라고 밝혔으나 9시16분에 사고가 났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군은 4일 사고 당일 9시19분에 천안함이 평택2함대 사령부와 통상적인 교신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교신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군이 사고 발생시간으로 지목한 22분과의 간격도 거의 사라지고 의문점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