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黑白갈등 월드컵 어쩌나… 백인 인종차별주의자 피살

입력 2010-04-05 00:38

두 달 뒤 월드컵 경기가 열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남아공 경찰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인 유진 테러블랜치(69)가 3일 흑인 청년들과 임금 체불을 놓고 시비하다 피살됐다고 4일 발표했다. 태러블랜치는 남아공 극우조직 ‘아프리카너 저항운동(AWB)’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경찰은 그가 자신의 농장 숙소 침대에서 머리와 얼굴에 상처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용의자로 체포된 21세 남성과 15세 소년이 임금을 받지 못해 그와 말다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AWB의 안드레 비사지 총장은 이번 사건을 “백인을 향한 흑인의 전쟁선포”로 간주하면서 복수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보복 방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 축구팀에게 남아공 월드컵에 참여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청년회 지도자인 줄리우스 말레마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말레마는 최근 ‘보어(남아공의 토착 백인)를 살해하라’는 내용의 노래를 불러 논란을 빚었다. 이번 사건에서 용의자들이 흉기를 사용한 방법이 문제의 노랫말과 비슷해 우발적이라기보다 인종 간 갈등이 빚은 사건이라는 것이다. 남아공 대법원은 지난주 이 노래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나 말레마는 기소되지 않았다.

주마 대통령은 사건 발생 수시간 만인 4일 성명을 발표하고 “선동가들이 인종적 혐오감을 자극해 이번 상황을 악용하게 해선 안 된다”고 남아공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주마 대통령도 선거유세 중 ‘나에게 총을 다오’라는 과거의 투쟁가를 불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