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서 발견된 6·25 ‘유엔군 삐라’… 참전 피어링스씨, 사진첩 공개

입력 2010-04-04 18:22

한국전쟁 때 북한군 병사의 탈영과 투항을 회유하는 유엔군 측 ‘삐라(전단)’가 벨기에에서 발견됐다. 벨기에의 한국전쟁 참전을 연구하는 유호 피어링스(72)씨가 소장한 서류첩을 통해서다.

전쟁이 3년 1개월 남짓 이어지면서 미국 주도의 유엔군과 중공군 간 ‘대리전’ 양상으로 바뀌고, 북위 38도선 근처에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무렵 삐라는 집중적으로 뿌려졌다. 양측은 상대 장병의 전투 의지를 꺾고자 고도의 심리전을 병행하면서 삐라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

피어링스씨는 한국전 참전용사들로부터 받은 사진들과 당시 전장에서 그들이 습득했던 유엔군과 중공군 측 회유 삐라를 보여줬다. 사진이나 그림을 곁들이고 영어로 회유하는 대(對) 미군용 중공군 측 삐라도 있었다. 피어링스씨는 125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를 직접 만나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난해 5월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로 된 벨기에군 한국전 참전 기록서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벨기에에서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군 병사가 동료 북한군 병사에게 띄우는 글이 선명한 삐라엔 “우리는 전선에서 심대한 부상을 입고 유엔군 쪽으로 넘어왔소. 친절한 유엔군은 곧 우리를 도와주었소. 그리고 우리는 유엔군 포로병원에 입원해서 좋은 치료를 받고 이제 완쾌했소. 지금 우리는 음식도 잘 먹고 하로하로(하루하루) 화평하고 행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소”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삐라엔 천진스런 모습의 북한군 병사가 음식을 먹는 모습의 사진과 “동지들이여! 왜 쏘련(옛 소련)을 위하여 값 없는 죽엄(죽음)을 하려 합니까? 어서 유엔군 지대로 넘어오십시오”라는 회유하는 글귀가 담겼다.

벨기에는 1950년 12월부터 휴전 때까지 보병 1개 대대를 파병, 연인원 약 3500명이 참전했으며 106명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