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배구스타 김화복, 감독으로 돌아오다

입력 2010-04-04 18:22

올드 배구팬들은 ‘남자는 강만수, 여자는 김화복’이라는 말을 기억한다. 배구의 인기가 요즘 프로야구 못지않았던 1970∼80년대 여자배구 최강 미도파의 주장이었던 김화복은 팀의 전설적인 184연승을 이끈 선봉이었다. 전형적인 한국적 외모에 작전타임 때 후배들 어깨를 두드려주는 선수 김화복의 모습에 배구팬들은 어머니 또는 누이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화려한 선수의 삶을 살았던 김화복 전 대한체육회 이사가 새로운 배구 인생을 살고 있다. 김 전 이사는 지난달부터 경북 안동의 건동대 여자배구팀 감독을 맡아 딸 같은 제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창단한 건동대 여자배구팀은 지난 시즌을 선수 6명으로 버텼다. 배구는 6명이 코트에 나서지만 리베로(수비 전담)까지 포함하면 최소 7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동대는 6명이 전부였다. 선수 교체는 하고 싶어도 못 했다. 고등학교 때 소위 잘나가는 선수들은 모두 프로배구로 진출하기 때문에 대학 여자팀 사정은 여의치 않다.

건동대는 올해 신입생 2명을 받아 총 8명이 됐다. 그러나 8명 선수 전원의 신장이 170㎝ 이하다. 김 신임 감독은 “우리 팀에는 172㎝인 나보다 키가 큰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배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은 어떤 팀과 견줘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동대 여자배구팀은 아직 1승도 없다. 지난 시즌 대학부 대회에서 경기에만 나서면 졌다. 김 감독은 올해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건동대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까지는 송낙훈 교수가 건동대 남녀 배구팀 감독을 도맡았으나 지난달부터 여자팀을 김 감독에게 넘겼다.

이화여대 배구팀 감독과 한국 여자대표팀 코치를 거쳤고, 이화여대와 경기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는 선수를 가리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다시 코트에 섰다.

건동대 스포츠 과학부 초빙교수로 1주일에 15시간의 강의도 하고 있는 김 감독은 오는 10일 개막하는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에서 건동대 여자배구팀 첫 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목포과학대 단국대 우석대 한중대 등이다. 스포츠인 봉사단체 ‘함께하는 사람들’ 멤버로 함께 봉사활동을 해온 후배 장윤창 경기대 교수는 건동대 배구팀 창단에 한몫 했다.

김 감독은 특히 키는 작지만 영리한 플레이로 승부수를 띄우는 ‘스마트 배구’를 구사하겠다며 비장의 팀 운영 전략을 소개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