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중진들 줄 탈당… 와해 위기

입력 2010-04-04 19:04

일본의 제1야당인 자민당이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탈당 도미노가 일면서 일각에서는 당의 존립조차 위험한 지경에 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자민당을 탈당한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전 재무상과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상은 오는 8일 신당을 창당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이 4일 전했다. 가오루-히라누마 신당에는 5∼8명의 현역 중의원과 참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당을 떠나겠다는 인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자민당에서 총리감으로 가장 인기 높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의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결국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절망감이 자민당 중진들의 탈당 도미노 사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자민당 간판을 달고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거라는 비관론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민당은 지난해 8·30 총선에서 참패해 54년 만에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뒤에도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를 거듭해 왔다. 최근 들어 민주당의 인기가 급락, 30%대 지지율에 머물고 있지만 자민당은 별다른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정경유착과 관료정치, 낙하산 인사 등의 구태에 젖어 경제난까지 몰고 온 것으로 낙인찍힌 과거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끝없는 추락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를 비롯한 자민당 지도부의 무기력한 처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위장 정치헌금 등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호기를 맞았지만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비전 없는 암울한 미래, 대여 투쟁력 결여 등이 계속되면서 결속력마저 와해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자민당 탈당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신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보수우익의 껍질을 벗지 못한 채 자민당 2중대나 3중대에 머물 경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