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나는 흑인”… 美 인구조사 ‘흑백 혼혈’ 항목 체크 안해

입력 2010-04-04 19:0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은 ‘흑백 혼혈’이 아닌 ‘흑인’이라고 밝혔다. 인종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10년 만에 전국적으로 실시 중인 전 거주민 대상 인구조사에서 자신의 인종을 표기하는 설문 문항에 ‘흑백 혼혈’이 아닌 ‘흑인’ 항목을 체크했다고 MSNBC방송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인구조사 문항에는 부계와 모계의 인종적 배경이 다를 경우 복수 항목을 체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아프리카계(Black, African Am, or Negro) 항목에만 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국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시카고에서 지역공동체 활동가로 일을 할 때나, 정치를 하면서 여러 자리에서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미 언론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미국 역사상 최초 흑인 대통령이라고 표현해왔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부활절을 하루 앞둔 이날 주례연설을 통해 보편적 인간애와 박애정신의 포용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여러 다른 형식으로 신앙생활을 하지만 모두에게 깃들어 있는 휴머니티 정신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태평양 전쟁터에서 미군 병사들이 종파를 초월해 부활절 예배를 드린 사례를 소개하면서 “(유대인에게 큰 명절인) 유월절이 끝나가고 부활절이 막 시작되는 이때 단합과 유대, 박애정신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쳤던 사람들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