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천근만근 온몸이 노곤노곤… 봄의 불청객 춘곤증 이기기
입력 2010-04-04 17:36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내려앉는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잠이 없는 사람이라도 요즘같은 봄 날씨에 춘곤증을 피해가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특히 점심 식사후 온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면 일할 의욕마저 떨어지기 일쑤다. 이럴 땐 무조건 참기보다는 짧은 낮잠이 보약이다.
◇낮잠은 오후 3시 이전에 15∼30분이 적당=일반적으로 1시간 이내의 낮잠은 오후의 각성도와 생산성을 증진시키고 기분도 좋게 해 준다. 노인들의 경우 규칙적 낮잠이 오후의 활동 능력을 증가시키고 초저녁에 조는 현상을 현저히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이런 낮잠을 ‘파워 토막잠(power naps)’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벼운 졸음을 쫓아버리는 데는 15∼30분 정도 자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선잠 단계이기 때문에 깨어난 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 낮잠 시간은 오후 1∼3시 사이가 좋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낮잠을 1시간 이상, 그리고 오후 3시 이후에 자는 경우 저녁 취침 시간이 늦어질 뿐더러 야간 수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밤에 자주 깨는 경향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낮잠을 잘 때는 잠깐 자더라도 근육이 완화될 수 있게 넥타이와 옷을 느슨하게 하고 안대 등의 활용이 권장된다.
◇낮잠, 나쁜 자세 vs 좋은 자세=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낮잠 자세는 팔을 베개 삼아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이다. 하지만 척추 건강에는 아주 해롭다. 이런 자세는 엉덩이와 등뼈는 치솟고 허리는 들어가게 돼 척추 디스크에 심한 압력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 인대가 약해져 있는 상태라면 디스크가 밖으로 밀려나와 신경을 눌러 통증을 부른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더 심한 척추 질환으로 악화된다. 팔베개로 인해 팔 신경이 눌리면서 손, 팔목에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우려도 있다.
의자에 목을 기댄 채 머리를 뒤로 넘기고 자는 자세 역시 수면 중에 갑자기 고개가 뒤나 옆으로 꺾일 수 있어 목 근육 통증이나 인대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머리 부위 정맥을 압박해 혈액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신경성 두통도 생길 수 있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원장은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자는 자세는 얼핏 보면 가장 편한 것 같지만 허리 건강에는 역시 좋지 않다”면서 “다리를 책상에 올리면 요추 부위에 압력이 증가할 뿐더러 골반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낮잠 자세는? 의자에 깊숙이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등받이에 편하게 기댄 자세로 자는 것이다. 머리는 살짝만 뒤로 기댄다. 의자는 가급적 머리 받침이 있는 것을 이용한다. 앉을 때는 등받이를 직각에서 10도 정도 뒤로 눕혀 자연스레 벽에 기댄 자세를 취한다. 등 뒤에 쿠션 등을 받쳐도 좋다. 두 팔은 팔걸이에 가벼이 올려두고, 발 아래에는 받침대나 책 등을 두어 다리를 올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 엎드려 잘 경우에는 상체가 지나치게 굽지 않도록 역시 쿠션, 책 등을 얼굴에 받쳐준다. 몸과 책상과의 거리는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10∼15㎝ 정도를 유지하며 몸의 무게가 책상에 실리게 하는 것이 좋다.
◇주간 졸림증 4주 이상 계속되면 수면 장애 의심=춘곤증 보다 증상이 심하다 싶으면 수면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야간 수면 부족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은 주중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을지병원 수면클리닉 김의중 교수는 “하지만 밤에 잠을 충분히 잔다고 생각하는데도 낮에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견디기 어렵다면 수면의 질에 문제는 없는지, 다른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면 장애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