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황장엽씨 ‘짐승 이하’로 매도

입력 2010-04-04 18:48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87)씨에 대해 “개만도 못하다”고 매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황씨의 망명 직후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가진 비밀연설에서 “황씨는 인간도 아니며 개보다도 못한 짐승”이라고 비난하면서 “소동을 떨면 (황씨의) 가치만 높여줄 뿐”이라고 언급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입수한 당시 연설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 연설문은 A4용지 10여장 분량이며, 황씨가 망명한 97년 2월 12일 이후인 같은 달 17일과 3월 5일에 행한 연설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당과 수령(김일성 주석 지칭)의 신임을 배반한 자를 어떻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며 “지주의 자식으로 일제시대에 공부한 낡은 지식인”이라고 황씨를 폄하했다. 그는 “황장엽은 주로 교육부문과 선전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당과 국가, 군사기밀을 알 만한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황씨는 이날 일본 정부 초청으로 방일, 8일까지 머물며 일본 정부관계자들과 만나 북한의 정세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