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식물인간인 아내’ 상대 눈물 머금은 이혼訴… 법원 “허용”

입력 2010-04-04 19:01

결혼 이듬해인 2002년 첫 출산 중 쇼크 상태에 빠진 A씨는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깨어날 줄 모른다. 신혼 재미가 한창이던 30대 초반의 남편은 어느새 40대가 됐고, 누워만 있는 엄마를 보며 자란 아이는 어느새 아홉 살이 됐다.

남편 B씨는 휴직을 하고 아내를 돌보는 등 지극 정성으로 간병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4년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A씨는 친정으로 옮겨졌다.

식물인간 아내를 돌보며 홀아비 생활을 해야 하는 사위와 엄마 없이 자라는 외손이 안쓰러웠던 A씨 부모는 결단을 내렸다. 의사 능력이 없는 딸을 대신해 이혼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B씨는 눈물을 머금고 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B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강규태 판사는 “두 사람은 이혼하고 B씨를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법 상 이혼 사유 가운데 하나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B씨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자녀의 원만한 성장과 복지를 위해 타당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