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뇌물수수 혐의’ 4월 9일 선고… ‘檢-韓 진실게임’ 法의 판단은

입력 2010-04-04 18:59


세 차례 공판준비기일과 한 차례 현장검증, 13차례 공판을 마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이 9일 1심 재판부의 선고만 남겨놓았다. 뇌물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은 있고 물증은 없는 만큼 돈이 오갔다는 2006년 12월 총리공관 오찬의 성격과 5만 달러 용처 등 정황증거가 판단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총리공관 오찬 왜 열렸나=총리공관 참석자는 한 전 총리와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등 4명이다. 한 전 총리 측은 오찬 성격에 대해 “정 장관 퇴임을 앞두고 아는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식사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석탄공사를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산자부였고, 강 전 장관은 곽씨의 전주고 선배다. 또 오찬 참석자 4명 중 한 전 총리를 제외한 3명은 전북 전주 출신이다. 청탁 목적이 아니라면 장관 환송연에 민간인인 곽씨가 왜 앉아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곽 전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에 앉히기 위한 청탁 자리였다고 검찰이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난달 법정에서 “점심 자리를 대단한 것으로 보지 말라”며 “곽씨를 추천한 것은 바로 나”라고 증언했다. 오찬이 끝난 뒤인 2007년 1월 곽씨는 석탄공사 사장 선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남동발전 사장이 됐다. 곽씨는 석탄공사에 지원한 시기가 문제의 오찬 전인지 후인지를 두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5만 달러 실제 전달됐나=곽씨는 “오찬을 마치고 돈을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찬을 도왔던 직원과 한 전 총리 비서진, 경호원들은 “돈 봉투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당시 한 전 총리가 입었던 바지 주머니는 돈을 넣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핸드백은 수행과장이 들고 대기했다. 한 전 총리 측 역시 “받지 않았고 보지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5만 달러가 실제로 한 전 총리에게 건네진 것을 전제로 그 돈이 한 전 총리의 아들 유학비로 사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 유학으로 달러가 필요한데도 한 전 총리 가족의 환전 내역이 없다는 게 방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측은 유학비 출처를 밝히라는 검찰 요구에 “범죄사실 입증은 검찰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 한 전 총리에겐 혐의가 없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곽씨 진술의 신빙성=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곽씨 진술의 신빙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가 중요하다. 곽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직접 건넸다”고 했다가 법정에서는 “의자 위에 돈을 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2004년 총선 후원금과 관련해선 “1000만원을 줬다”는 당초 진술을 “돈을 주러 가긴 했지만 그냥 돌아왔다”는 진술로 바꿨다. 뇌물 액수는 10만, 3만 달러라고 했다가 5만 달러라고 고쳤다. 변호인단은 곽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곽씨가 돈을 줬다는 사실 자체를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애초 곽씨와 친하지 않다고 했던 한 전 총리가 2008∼2009년 곽씨의 골프빌리지를 장기 사용한 사실을 들며 한 전 총리 측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