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세계 부동산 싹쓸이하는 중국

입력 2010-04-04 19:03

중국인들이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지역을 돌아다니며 고급 부동산 ‘싹쓸이’에 나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4일 돈 많은 중국인들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수십억 달러로 호화주택 매수 파티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인들은 해외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개발업자 등 그동안 부동산으로 돈을 번 많은 사람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한 중국인은 올 초 미국 맨해튼의 한 주택을 3320만 달러(54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이는 올해 판매된 맨해튼 주택의 최고 가격이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앤타워에 위치한 이 주택은 면적 505㎡, 높이 6.6m로 맨해튼 센트럴파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호화주택이다.

캘리포니아 부동산전문가 마크 웡은 “많은 중국인이 금융위기 이후 더 적극적으로 주택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산타클라라에서 경매에 나온 방 5개짜리 고급주택은 350만 달러에 판매돼 이 지역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며 “구매자는 청두(成都)에서 온 중국인”이라고 소개했다.

이 중국인은 현금을 내밀어 4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집을 차지하게 됐다고 웡은 덧붙였다.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 등 고급 주택가가 몰려 있는 곳에서도 중국인들의 싹쓸이 부동산 구매가 한창이다. 호주 최대 아파트 개발업체인 메리턴의 해리 트리구보프(75) 회장은 “호주 내 몇몇 지역에선 거래 부동산 중 60%가량을 중국인이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호화주택 구매자들은 맘에 드는 호화주택을 발견할 경우 가격 흥정도 하지 않고 ‘묻지마 구매’를 하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매매업자들은 전했다. 국제 금융위기로 미국 등지의 부동산 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 뒤 아직 회복되지 않아 일단 사두면 나중에 큰 이익을 남길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지 부동산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최근 평균 주택가격은 절정기였던 2007년의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중심가 부동산 가격도 호황기에 비해 16.5% 하락했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