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8주연속↑ 외국인·기관 ‘고수익 하이킥’ 날리는데… 개미들 ‘헛발질’ 왜?

입력 2010-04-04 18:05


회사원 김성민(가명)씨는 코스피지수가 두 달 새 10% 올랐다는 게 남의 얘기로만 들린다. 4일 현재 김씨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10.8%다. 김씨는 “나름대로 싸고 좋다는 종목을 고르고 골라서 샀는데도 신통치 않다”며 한탄했다.

코스피지수가 주간 단위로 8주 연속 상승했지만 김씨 같은 개인투자자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수 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는 ‘하이킥’의 주인공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전문가들은 상승장 속에도 개인들이 실패하기 일쑤인 것은 종목의 펀더멘털과 수급, 주가에 대한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8주간(2월 8일∼4월 2일) 10.0%(156.37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등락 폭은 -9∼6%에 불과했다. 10개 중 6개는 주가가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지수는 5.7%(27.54포인트) 올랐지만,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지난 2월 26일 상장 이후 이상과열을 보였던 이미지스(휴대전화 솔루션, +108%)를 제외하면 수익률은 -52∼0%였다. 어떤 종목에 투자해도 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은 달랐다.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은 코스피 11∼32%, 코스닥 3∼25%였다. 기관도 코스피 11∼30%, 코스닥 6∼33%로 모두 지수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손실을 본 종목은 하나도 없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위원은 “개인들은 주식이 싼지 비싼지를 절대값 기준으로 따지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를 따져야 하는데도 단순히 주당 ‘얼마’로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수한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외국인의 경우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월 단위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5조3611억원을 순매수했는데, 그 중 절반을 이익 전망이 좋은 전기전자(1조9799억원)와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6568억원) 업종에 쏟아부었다. 반면 개인들은 외국인과 기관이 판 종목들을 “이제야 싼 가격에 나왔다”며 사들이며 시장의 대세를 거스르고 있다.

지난 8주간 개인들이 많이 샀던 포스코, 한국전력, KT&G 등은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집중됐던 종목이다.

개인들은 ‘원금 사수’ 심리가 강해 그동안 하락했던 투자 종목이 다시 상승세를 타며 원금이 회복되자마자 일찌감치 파는 ‘조급함’도 문제다.

김 연구위원은 “소액을 굴리는 개인투자자라고 해서 외국인과 기관처럼 시황에 맞춰 중장기로 투자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신일평 연구원은 “개인들은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는 종목 중 실적 좋고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재 기관은 코스피지수가 오를수록 펀드 환매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처럼 ‘없는 살림’에도 기관들이 매수하는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