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이건희 군주의 귀환’

입력 2010-04-04 22:23


영국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군주의 귀환(Return of the overlord)’ 제목의 기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수많은 추측을 자아낸다”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 회장이 복귀 이유로 내세운 대로) 삼성이 정말 위기에 직면했다면 이게 한국 경제엔 무얼 의미할까. 이런 위기를 이겨낼 사람이 이 회장 자신뿐이라면, 후임자들의 경영 능력은 뭐란 말인가. 이 회장이 이사회 승인 절차도 없이 회장실로 들어갔는데도 한국은 서구식 기업 경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이 잡지는 이 회장이 과거 2류 기업이었던 삼성을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로 성장시킨 ‘비전 있는 지도자(visionary leader)’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의 경영 복귀 방식은 강하게 비판했다. “구조조정 본부가 다시 등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여서 삼성이 LG처럼 투명한 지주회사 구조를 받아들일 여지를 더 축소시켰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도요타 사태에서 드러난 교훈, 즉 가족 경영은 장점 못지않게 크나 큰 문제점이 있다는 교훈도 무시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아이폰에서 보듯 소프트웨어 중심의 열린 생태계를 창조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최근의 경제 흐름은 한국 재벌의 특기인 ‘하드웨어 중심의 수직적 하청 경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도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조세 포탈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 회장을 특별사면해 경영에 복귀하도록 했고, 재벌이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려 한다”면서 “이 대통령이 지원해야 할 대상은 재벌에 짓눌린 중소기업들”이라고 통렬히 꼬집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