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종자 가족 용단 헛되지 않아야
입력 2010-04-04 18:04
군에 구조 및 수색작업 중단을 요청한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둡고 차디찬 깊은 바닷속에 내 아들, 내 남편, 내 아버지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스스로 끊어버린 가족들의 심정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애를 끊고 뼈를 깎는 아픔이 이보다 크겠는가.
가족으로선 차마 할 수 없는 어려운 결단이었다. 이들은 ‘UDT의 전설’ 한주호 준위의 순직과 해군의 요청을 받고 수색작업에 참여했다 침몰한 98금양호 사고를 보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군인 가족의 결정답다. 안타깝게도 46명의 실종자 가운데 처음으로 3일 오후 남기훈 상사 시신이 발견된 것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
현재 수심 20m와 45m 지점에 두 동강 난 채 각각 가라앉아 있는 천안함 내부는 피폭의 충격과 바닷물 유입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빠르고 거친 물살과 바로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시계(視界)도 불량인데다 사고 발생 열흘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구조작업을 고집하는 건 더 큰 희생을 부를 수 있다. 실종자 가족협의회 측이 “생존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구조 중단을 요청한 까닭이다.
가족들의 뜻에 따라 군은 함체 인양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군은 열흘 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나 2002년 제2 연평해전 때 침몰한 130t급 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인양하는 데 17일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1200t급 천안함 인양은 그 이상 걸릴 가능성도 있다.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다. 지금은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 천안함이 사고 없이, 신속하게 인양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다.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그럼에도 온갖 억측과 악성 댓글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임무를 수행중인 군과 실종자 가족을 폄하하고 국론 분열을 부채질하는 일부 정치권과 누리꾼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